아무것도 없이 행복한 나날
사주를 보러갔더니 역술가가 물었다.
"행복하십니까?"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역술가가 되물었다.
"지금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
나는 다시 대답했다.
"그건 아니지만요."
행복을 판단하는 기준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었나보다.
돈, 관계, 직업, 자아실현 등등.
나는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자아실현도 안했지만
그런데 행복하다.
(그렇다. 다시 백수가 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행복하면 안되는 걸까.
살짝 의문을 품었다가 이내 놓아주었다.
뭐 어때.
누군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나를 행복하게 여기면
그것으로 되었다.
2021년에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내가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게 된 것.
나는 내가 좋고
내 삶이 너무 좋다.
비록 곤궁과 비극이 쉴새 없이 찾아들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