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추는 것은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나가는 일이라고 느꼈다
어젯 밤에.
형태를 그려나가는
선을 담당하는 상대와
그 선의 굵기와 농도와 번짐
같은 것을 담당하는 내가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나가는 것 같았다
상대가 화가이고 내가 붓이라면
나는 참 길이 들지 않은 붓이다
춤추며 마음으로 속삭이는 말들이 있다
어젯밤에는
당신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고 속삭였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도움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흔쾌히 자신의 세계를 탐험하도록 도와줬고
누군가는 자신의 세계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들이 주는 즐거움과 편안함을
나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온걸까
감사를 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감사하단 말밖엔.
A가 말하길-
"네가 즐거워하는 것만큼 그들에게 큰 기쁨이 어딨다고."
과연 그럴까.
이렇게 남자를 사랑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함부로 굴까?
최근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
험악한 행동을 하는 문제 아동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제대로 감정을 배우지 못하고 제대로 표현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뭐야. 나 문제아동인가.
고의는 아니지만
내가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는 없는걸.
춤을 추면서 참회해봤자 삶은 플로어 밖에서 펼쳐진다.
특히 연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