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전 괴로웠을 때
절에 갔다
지금도 괴롭지만
절에 갈 생각은 없다
거기 간다고 달라지는 게 뭐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십년 전보다 상태가 더 안좋아진걸까
현실에 있는 문제를 놓고
산으로 들어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스님도 나처럼 살면
나처럼 괴로워하지 않을까
수행으로 뭔가 얻을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가 든다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난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하지
여전히 타인에게 의지하고
삐걱거리고
타들어가는 나는
이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며 그래 그런 과거가 있었지 하고
웃을 날이 올까
십년 전을 돌아보며
십년 전보다 더 괴로워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