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업을 오래 전에 신청해놓고
오늘까지 고민했다.
이걸 듣는다고 내 춤이 뭐 달라질 게 있겠어.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수업 하시는 분의 춤이
너무나도 섹시했던 기억이 있었으므로
뭐라도 흡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처음 가보는 동네.
춤 때문에 낯선 곳을 기웃대는 나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웃긴지.
인사를 나누고
몸풀라고 했는데 어색해서 가만 앉아있다가
수업이 시작됐다.
걷기의 3요소는
축, 릴렉스, 호흡이라고 하셨다.
내가 가장 편안한 축을 찾아 릴렉스를 하고
호흡으로 축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도 가벼워서 부담이 없었다.
'이렇게라면 정말로 할머니 되서도 출 수 있겠는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상체를 먼저 턴하면서 축을 옮기며 다리를 이동한다.
안영미의 가슴댄스를 떠올리며.
안영미 탱고추면 잘추겠당.
오늘은 대대적인 변혁이 하나 있었다.
나의 아브라소(안기)를 바꾼 것!
난 반오픈 자세로 췄는데, 사실 꽤 오래전부터
'요즘은 아무도 그렇게 안춰요!'라는 말을 듣긴 했다.
근데 계속 그렇게 췄다. 나 편하려고.
오늘 배운 자세는 좀 더 상대를 안고
(와, 이렇게 안으니까 숨소리가 너무 잘들린다.
침삼키는 소리까지!)
그만큼 팔은 릴렉스할 수 있는 자세였다.
마주본 탓에 자꾸 무릎이 부딪친다고 했더니,
그건 아브라소 때문이 아니라
고관절을 접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셨다.
세상에나. 상상도 못한 정체.
다음주에 출 때 무릎이 부딪치지 않는다면
넘넘 행복할 것 같다.
새삼 '내 탱고를 드럽게 업데이트 안해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데이트는 즐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