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저는 요즘 스윙댄스에 빠져 있어요.
탱고는 조금 더 늙어서 추자고 미뤄둔 채
스윙바를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2022년의 상반기를 어떻게 지냈나 돌아봤어요.
1월에는 제주에서 생일을 보냈고, 첫 설산으로 한라산을 다녀왔어요.
지난 봄부터 설산 가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산을 탔는데 올 겨울엔 정말 원없이 설산을 다녔어요.
덕분에 '내가 장기적인 목표도 이룰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2월에는 본가에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탱고도 추러 가고 친구들도 만났네요.
스윙 수업 들으면서 산도 다니고 연극도 보러 다녔습니다.
3월에는 스윙 수업 말고는 별 다른 이벤트가 없었어요.
아, 코로나에 걸렸었군요.
지금은 건강해져서 다행입니다.
4월에도 간간히 산을 다니고 춤을 추었어요.
그리고 강사과정을 시작했네요.
5월에는 스윙 졸업 공연 파티도 하고
강사 자격증 시험도 쳤네요.
그리고 다음 주 첫 수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쩌다 강사가 되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러게 말입니다.
이 과정을 선택할 때
'내가 제일 못하는 걸 선택해서 그걸 잘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남들 앞에 서서 말을 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기에
그것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인간이 왜 이러나 생각을 해봤는데요
이미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아무리 잘해봐야 '못한다'는 마음만 커지는 반면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조금만 잘해도 '우와 대단한 걸!'하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에
제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못하는 걸 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이상해보이나요? 저에게는 굉장히 논리적인 결론입니다.
잘하는 걸 못하는 건 마음이 너무 힘들지만
못하는 걸 못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잘하는 걸 하며 괴로워하는 대신
못하는 걸 못하며 즐거워하는 것을 택합니다.
'가장 두려운 곳을 향해 나아간다'는 저의 습관이 이번에도 빛을 발하였군요.
덕분에 매우 두려운 상황입니다.
그치만, 늘 그래왔듯이, 잘 이겨내고, 멋지게 해낼 테지요.
2022년 상반기를 살면서
이 시간들이 인생에 아무 의미가 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많이 떨었습니다.
그럼에도 춤과 등산 그리고 뭐든 시도해보는 습성 덕분에 하루하루 잘 지내왔네요.
그리고 그 시간들은 인생의 또다른 도전을 향한 준비 기간으로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학교사인 동생이 이제와서야 대단해보이네요.
어떻게 그렇게 수업을 할 수 있는지, 어젯밤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어요.
동생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근데 갑자기 왠 강사야? 누나 인생의 결이랑 전혀 안맞지 않아?"
-그렇게 치면 내 인생에 결이 맞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일관성 없는 일들로 가득한 저의 인생은
자기만의 결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겠죠.
남들보다 더 방황하고
남들보다 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요.
저의 2022년은
이제서야 시작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