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위태위태

시작되는 시드니 라이프

by 사색의 시간


아침부터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은행 문제 때문이었다. 국제 전화로 고객센터에 연락을 하는데 자꾸 외국직원이 받았다. 한국 직원이랑 연결해달라고 하니 은행 계좌를 알아야 한단다. 계좌를 불러줬더니 그런 계좌는 없다고 했다. 카드 번호도 불러줬는데 그런 번호는 없다고 했다. 직원도 답답했을 거다.

"몇 가지 개인 정보를 확인하는 질문을 할 건데 영어로 해도 괜찮겠어요?"

나는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I try it."

혼신의 힘을 다해 리스닝을 하고 열심히 답변을 했는데 나와 관련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알고 보니 연결된 곳은 한국 은행이 아니라 호주 은행 NAB(national Australia Bank)였다. 어쩌다 여기로 연결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전화를 개통했던 통신사 지점에 찾아가 국제전화가 안된다고 했더니 직원은 그럴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번호는 국제전화 사용이 가능해요."

"계속 안되던걸요."

"지금 제 앞에서 한 번 해보세요."

나는 국가번호 82를 누르고 직원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봐요. 안되잖아요."

직원은 화면을 보더니 0을 길게 눌러서 앞에 +를 만들어줬다.

"다시 해봐요."

앞에 +가 붙자 제대로 한국으로 전화가 걸렸다.

국제 전화를 걸 때는 0을 길게 눌러서 앞에 +를 만둘어야 하는 거구나. 몰랐다.


+82로 시작했더니 곧장 한국어 음성이 나온다. 반가웠다. 다행히 은행 업무는 잘 처리 되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호주에서 쓸 카드에 미리 송금을 해놨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가서 하지 뭐-하고 안일한 마음으로 있다가 봉변을 당할 뻔 했다. 앞으로는 미리미리 준비해야지라고 다짐해보지만 늘 어떻게든 해결이 되니 그걸 믿고 사는 것 같다. 자금줄을 복구한 기념으로 스테이크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살아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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