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구해보겠습니다

시드니에서 집 구하기

by 사색의 시간

바람이 몹시 불었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이사를 해야 할텐데. 벌써 머리가 아팠다.


집을 보러 하루종일 돌아다녔다. 집 구할 때 조건 중 하나가 no smoking인데, 흡연이 가능한 집을 거르고 나면 둘러볼 수 있는 집이 확 줄어들었다. 첫번째 집은 '외국에 왔으면 이런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집이었다. 한적한 동네에 정원이 딸린. 조용한 동네도, 집도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시티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엄청나게 먼 것은 아니지만 나는 게으름뱅이니까 최대한 시티와 가까운 곳으로 구하고 싶었다. 이렇게 한적한 집이 시티에 존재하기란 힘들겠지만.


두번째 집은 태국 부부가 운영하는 쉐어룸이었다. 그곳에는 푸세식 화장실이 존재하고 있었다. 샤워룸도 방이 있는 건물 바깥에 있었다. 게다가 방으로 가려면 좁고 가파른 계단을 두번이나 올라가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을까. 30kg짜리 캐리어를 가지고는 절대 못 올라 갈 것 같은데 말이다.


세번째 집은 인도네시아 남자가 운영하는 집이었다.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가 방에 살고, 거실에 이층 침대를 두 개 두고 여자 4명이 쉐어로 사는 집이었다. 거실에서 자면 부엌에서 요리하는 냄새에 그대로 노출될 것 같았다. 구성원들이 부엌을 자주 사용하는지 물으니 남자가 대답했다.

"다들 일하느라 바빠서 요리 안해먹어요."

그 말에 구성원들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그 집의 분위기마저 순식간에 어두워질 정도였다. 시티 내에 있으면서 가격도 저렴해서 나름 후보지 중에 한 군데였지만, 그 어두워진 분위기에 선뜻 계약을 하기가 어려웠다.


두 군데를 더 보려고 했는데 약속시간 10분 전에 취소됐다. 그것도 문자로. 내가 문자로 컴플레인을 하자 이런 답장이 왔다.

[이보게, 인생이란 무슨 일이든 언제든 생길 수 있다네. 그것이 인생이지.]

보는 순간 힘이 빠지고 피곤이 몰려왔다. 그냥 오늘은 이쯤하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텔에 돌아와서도 사이트를 뒤져서 내일 세 군데 집 투어를 잡아놨다.

제발 내일 안으로 결정났으면 좋겠다. 부엌에서 밥을 해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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