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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녀 Apr 10. 2023

속 뒤집어짐

연애관찰기36


주말동안 결국 그는 더 아파졌고 내 속은 더 뒤집어졌다.
"안되겠어. 월요일에 병원을 가봐야겠어."
라고 말하는 그에게
"그러니까 내가 수요일부터 병원 가라고 했짜나!! 그때 갔으면 지금까지 안아팠을거 아냐!!!"
하고 마구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수목금토일 장장 5일 동안 본인도 아프고 내 속도 뒤집다니.

근데 그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나도 감기로 굳이 병원엔 안 갈 거 같고
아프면 쉬어야 하니까
(상대에게 옮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속을 취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치만 속상한 건 속상한거다.
그가 "내 입장도 이해해줘."라고 해서
쿨하게 "응."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해는 돼. 근데 속상해."
라고 덧붙여버렸다.

이번에 그가 아픈 시기를 겪으며 느낀 점은
그는 자신이 얼마나 아프다는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아팠을 땐 내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편인데
그는 그냥 '괜찮다', '좀 쉬면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괜찮은데 나 왜 안봄?'
이라고 서운함의 사고회로를 돌려버린다.
사실 그는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는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 설명해주지 않잖아."라고 하니 그도 "응"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더 열받는게 있는데
내가 그의 동네로 가기로 했다가
그것 또한 취소당한 점이다.

"나는 상대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해."
라며 그는 내가 오지 못하게 했다.
처음에 오라고 했던 걸 보면
그도 내가 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텐데
생각해보니 너무 멀고 내가 불편하다면서
오지말라고 했다.
희망을 줬다 뺐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줄 아십니까...

난 안불편한데
자기 맘대로 그게 불편할 거라고 생각한거다!
그리고 그가 이런 말도 했다.
"이거 다 변할 거잖아. 지금은 처음이라 온다고 하지만 나중엔 안 올거잖아."
그 사람은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걸까?
아니 사람이 변할 수도 있긴 한데 그땐 또 변한 대로 만나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너무 멋대로 생각하는 건가? 나중에 안 올거니까 지금 오고 싶은 마음도 무시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여튼 내 머릿 속에 물음표가 굉장히 많이 떠올랐는데, 예전 같았으면 이것에 대해 상대가 전부 속시원히 해명해주기를 바랐겠지만 (사실도 지금도 바란다)

상대에게 그럴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며 홀로 물음표들을 치워내고 있다. 오. 나 좀 성숙해진걸까?

덕분에 이번 주말을 홀로 보내면서
실컷 걸었다. 혼자 꽃구경도 하고. 혼자 걸으니까 혼자 걷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내가 벤치에 앉아 있으니 누군가 "여기 같이 앉아도 괜찮아요?"라고 하기도 하고, "혹시 누구 기다려요?"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 소소한 대화들이 귀엽기도 했다.

그가 감기 걸린 것만으로 이렇게 괴로운데 혹시라도 그가 더 아픈 상황이 온다면...으.....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 일은 없으면 좋겠다. 제발 아프지 마십쇼....!!!!! (이래놓고 난 수술해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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