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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의 시간 Nov 27. 2024

7. 제대로의 굴레 벗어나기

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

출퇴근길에 오디오북이나 책 읽어주는 유튜브를 듣는 편입니다. 어제 퇴근길에는 책 내용 중 제대로’라는 단어가 귀에 걸렸습니다. 제대로. 제대로. 그 단어를 곱씹느라 뒷 내용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대로는 저에게 아주 징글징글한 단어입니다. 얼마나 제대로 하려고 애써왔던가. 얼마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쥐어박았던가. 제대로에 얽혀있던 기억들이 스르르 살아났습니다.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스스로를 혼낸 적이 있나요? 반대로 ‘이것만큼은 내가 제대로 하지!’하며 칭친한 적은요? 제대로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얼만큼 해야 그것을 제대로 해냈다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명확한 기준 없이 그저 제대로라는 망령에 끌려다녔던 것 같습니다. 아, 사실 기준이 있었습니다. ‘엄마아빠한테 칭찬을 받을 만큼’ 잘하는 것이 제대로 한다는 것의 기준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딱히 칭찬을 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제가 ‘제대로’ 했다고 느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제대로 하기를 요구할 때마다 그 막연한 기준에 혼란했고, 아직도 부모에게 감정적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자신이 미성숙하다고 느꼈습니다. 

     

더 이상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건 일종의 독립 선언이었습니다. 아직도 책 구절을 들으며 ‘제대로’라는 단어가 귀에 걸리는 것을 보면 완전히 독립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만. ‘제대로’와 ‘아무렇게나’ 사이에서 중심을 찾기 위해 열심히 탐색하는 중입니다.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일들이 있나요? 어떤 것들이었나요? 오늘만큼은 나에게 충분하다고 해줍시다.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바로 그 일에 대해서 말이에요. 저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일 목록이 매우매우 깁니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여겼고, 춤을 제대로 추지 못한다고 여겼고, 타인과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고 여겼습니다. 어떤 날은 제대로 걷지 못한다고 여길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보니 좀 너무하네요. 스스로에게 너무 매정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글도, 춤도, 관계도, 걸음걸이도. 모두 충분했습니다. 제대로라는 알 수 없는 잣대에 휘둘려 그것들이 엉망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압니다.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그것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가치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것들을, 하고 싶은 것들을 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여겨주세요. 잣대 따위 던져버리고 내가 마음껏 그것을 하도록 허용해주세요.     


●7일 차 – 제대로의 굴레 벗어나기     


제대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봅니다. 그것들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한 번 만에 완성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대요. (왜 ‘없대요’냐구요? 저는 한 번 만에 완성되는 것이 있는 줄만 알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왜 한 번 만에 안될까 엄청 구박했었거든요) 그저 완성을 향해 가고 있었을 뿐, 제대로가 아니었던 순간은 없답니다. 제대로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나를 인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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