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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Jun 13. 2016

'잘 먹고 싶어서' 창업했어요

강남 엄마들이 주목하는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 창업한 김슬아 대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던 결혼 3년 차 직장인 김슬아(33)씨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먹는 것'이었다. 3년 전 신혼여행지를 결정할 때도 큰 고민 없이 프랑스를 골랐다. 여행 기간 내내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음식점들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음식을 먹는 것도, 만드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만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으로 장을 보러 가기가 어려웠다. 주말에 시간을 내 붐비는 인파를 뚫고 마트와 백화점을 오가면서도 정작 원하는 식재료를 구입하지 못한 채 돌아온 적이 여러 번이다. 과일은 마트에서, 소스는 백화점에서 사려니 하루가 다 갔다. 해외 직구를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음식을 하기도 전에 지쳤다. 요리 준비만 수월해져도 편해도 훨씬 '잘' 먹고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재료만 쇼핑이 즐거우면 요리가 좀 더 신나지 않을까... 창업을 결심하다


 그래서 김 씨는 과감히 회사에서 나와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본인이 사고 싶고 먹고 싶은 식재료들을 모으고 예쁘게 편집해 직접 쇼핑몰을 연 것이다. 강남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온라인샵 '마켓컬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본인이 사고 싶은 제품을 올리니 자연히 사람들이 찾아왔다.

좋은 식재료를 판매하고 밤 11시 전까지만 주문하면 아침 7시 전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샛별 배송'서비스를 제공한 덕에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서비스 출시 약 10개월 만에 월 매출 약 20억 원·회원수 8만 명을 돌파했고 연내 월 매출 1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마켓컬리는 여느 온라인몰들처럼 너무 많은 제품을 올리려고 애쓰지 않는다. 제품군 별로 판매하는 브랜드는 1~2개 정도로 제한하고, 대신 '꼭 사고 싶을 만한' 제품을 판다. 한우는 마장동에 있는 프리미엄 한우고기 브랜드 '본 앤 브레드'에서만 공수받는다. 마켓 컬리에서 판매하는 바게트·식빵은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려면 한 시간이 넘게 줄을 서야 한다는 이태원의 유명 베이커리 '오월의 종' 제품이다. 프랑스산 게랑드 토판 천일염과 히말라야산 핑크 솔트, 영국 빌링턴 비정제 설탕, 트러플 치즈 등 국내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들도 눈에 띈다.

 김슬아 대표는 "오월의 종 빵을 온라인에서 선보이고 싶어 몇 달 동안 꾸준히 찾아가 줄을 서서 빵을 사고 눈도장을 찍었다"며 "얼굴을 충분히 익힌 뒤 정웅 셰프에게 명함을 건네며 원하시는 만큼만 팔겠다, 언제든 원하지 않으실 땐 그만두셔도 된다고 여러 차례 부탁하고 설득했다"며 입점 과정을 떠올렸다.


마켓컬리 화면 캡처


'원하는 만큼 팔겠다'는 원칙 지키자 깐깐한 생산자들끼리 서로 입소문 내..


  합리적이면서 좋은 상품을 찾고, 또 업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보니 상품을 가지고 오는 속도는 느려진다. 하지만 이렇게 가져온 상품일수록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수고가 보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온라인 판매를 망설이던 업체들도 막상 선순환을 경험하고 나서는 주변 지인들에게 마켓컬리 입점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주말에 매출이 집중되는 오프라인 매장과 평일 매출이 높은 온라인 샵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가게 운영에 보탬이 된다는 게 이유다. 김 대표는 "일부 백화점에 티라미수 매장을 입점한 비스테카의 경우에는 생산라인을 일주일 내내 돌려야 하는데 수요가 주말에 편중돼 고심하던 차에 온라인 판매를 통해 생산량이 맞춰졌다며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렇게 매출이 올라도, '원하는 만큼만 팔겠다'는 초반의 원칙을 지켜주니 생산자들은 추가 생산의 부담이 없다.

 한국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식재료는 현지에서 구매하거나 온라인 직구를 통해 먼저 사용해 본 뒤 수입업체를 통해 들여온다. 이렇게 골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현재 1100개, 올해는 30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힘들여 공수한 제품을 '새벽같이' 배송하는 게 사실 마켓 컬리 서비스의 핵심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최소 100명 이상의 인력이 들어간다. "모든 상품을 미리 예측해서 하남 창고에 미리 입고를 시켜둬요. 특히 대부분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주문 예측량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확히 에측해놔야해요. 상추를 예로 들면 일주일 전 농장에 미리 필요한 수량을 주문을 해서 당일 오후에 차로 공수해 오죠. 세시 정도에 물류센터에 입고가 되면 센터에서 전문 검수요원이 검수를 하고, 주문서 보고 포장을 완료하는 시간이 밤 12시예요. 이후 새벽에 물건을 배송하는 전문 배달 기사분들이 각 지역에 배송을 하는 거예요. 정말, 전쟁 같은 10시간이에요"


마켓컬리 화면 캡처


맛있는 것 , 더 멋있게 팔자는 철학.. '쇼핑은 스트레스 푸는 행위'

 김 대표는 제품의 질과 배송만큼이나 '디자인'에 신경 썼다.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더 멋있게 팔겠다든 생각이었다. "홈페이지 디자인과 사진, 제품이 담겨 배송되는 용기 디자인에 특히나 공을 들였다. "사실 여자들은 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잖아요. 하지만 기존 온라인 쇼핑이 너무 '싼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저 '사는 행위 '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충분히 예쁜 사진을 보면서 제품을 고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요. 신선한 채소나 과일들은 잘 찍으면 그 자체가 작품같이 예뻐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사진을 멋있게 찍어놓으니 가격을 비싸게 매기지 않았는데도 비싼 제품이라고 '착각'을 하시는 데, 그건 기분 좋은 부작용이에요(웃음)"

 그녀는 회사가 더 커지면 오히려 경영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더 잘 하는 사람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상품 기획(MD) 역할에 집중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는 맛있고 건강한 식재료를 찾고 또 맛보는 게 제일 행복해요. 지금도 사업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 끊임없이 다양한 식재료들을 해외 직구 해요. 다 먹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죠. 제품을 찾고 선정할 때도 주부로서 먹고 마시고 또 느낀 것 위주로 골라요. 사업이 커지게 되더라도, 이런 행복을 계속 지켜가고 싶어요."


After interview..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사람의 눈빛은 다르다. 김슬아 대표도 그랬다. 맛있는 것에 관심을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인 서른셋에 회사를 열었다. 그 전에는 골드만삭스, 베인 앤 컴퍼니 등의 컨설팅 회사를 거쳤다. 기업의 전략을 수립하는 컨설턴트였지만 '먹으러'다니는 게 참 좋았단다. 결국 본인이 사고 싶고 먹고 싶은 식재료들을 모으고 예쁘게 편집해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나는 강남 아줌마가 아니지만, 쇼핑몰을 보면 사고 싶은 상품들이 많다. 이렇게 원하는 일을 놓지 않다 보면 결국 원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자기의 삶을 잘 개척해 나가고 있는 멋진 사람들의 인생을 엿보다 보면, 결국 '관심의 끈을 놓지 말라'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이들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이트를 얻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자기반성에 빠지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을 응원하면서, 한 번씩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해 보게 되는 순간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사람에 대한 관심을 비롯한 내 관심을 놓지 않고 가다 보면 나에게도 내가 원하는 길이 열리지 않을지, 기대해 보게 된다.


Add..

 브런치에는 제가 과거 진행했던, 기억에 남는 인터뷰들을 담아내려 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미처 들어가지 못했던 내용을 일부 첨언하고 시점에 맞춰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인터뷰 후에 느꼈던 단상들도 함께 곁들입니다.  당시 신문에 들어갔던 내용을 확인하시고 싶은 분들은  기사 원문을 클릭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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