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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Jun 02. 2016

어느 천재 과학자의 자녀교육법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교수와 아들의 '놀이 공부'

 초콜릿 맛 우유를 먹고 싶어 냉장고를 연 꼬마. 이 꼬마는 초콜릿 우유를 꺼내 아빠한테 달려간다. "아빠, 냉장고에 불이 켜져 있어요. 불을 어떻게 꺼야 해요?"

 보통의 부모라면 "냉장고는 문을 열 때만 불이 켜지는 거야"라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아빠는 좀 다르다.

"어 그래? 이걸 어쩌지?"

 아빠는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녹화를 시작한다. "아들, 이제 냉장고로 가 보자. 정말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을 해 보는 거야!"아빠와 아들은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정말 불이 켜져 있다. 그리고 아빠는 녹화가 되고 있는 휴대폰을 냉장고 속에 넣는다. "우리가 냉장고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없으니 대신 녹화되고 있는 휴대폰을 넣고 문을 닫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문을 닫은 냉장고 속 휴대폰 녹화영상에는 캄캄한 어둠만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제야 꼬마는 궁금증이 풀렸고, 다음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럼, 냉장고는 어떻게 문이 닫히면 불이 꺼지는 걸까?"

 이 대화를 주고받는 부자는 천재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와 그의 아들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물려받은 교육법을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들에게 '전수' 중이다. 그는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션은 로봇이 아니라 우리 아들을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녀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데니스 홍 교수의 아버지 역시 과학자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항공우주 학회장을 역임한 홍용식 박사다.

 홍용식 박사는 TV와 라디오를 분해·조립해서 노는 어린 데니스 홍에게 직접 공구함을 만들어 주고 꿈을 키우도록 했다. 톱이 장난감이었고, 로켓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미국식 이름이 '데니스'인 이유는 미국의 영화 '개구쟁이 데니스'에서 따 온 것이라며 웃었다.

 데니스 홍 부자에게는 로봇 장난감도 신기한 과학실험 도구로 쓰인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큰 로봇과, 똑같이 생겼지만 금속으로 만들어진 작은 로봇을 물에 던져보는 거예요. 왜 플라스틱 로봇이 더 큰데, 작은 로봇이 더 무거울까를 알려 주기 위해서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밀도 공부가 되는 거죠."

 길이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데는 레고와 미니카, 로봇 장난감을 사용한다. 로봇 장난감 한 개의 길이는 레고 블록 몇 개의 높이와 같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인치, 센티미터라는 개념을 생각하기 전에 주변에 있는 물건을 단위로 하는 막대자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길이나 높이를 '자신만의 단위'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데니스 홍은 아이와의 '놀이 공부' 경험을 모아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내 아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단 세 가지만 만족시킨다면 아들이 무엇을 하든 오케이를 해 줄 겁니다. 좋아하고, 가치 있고, 잘 하는 일이면 돼요. 물론 로봇을 하고 싶다고 하면 대환영입니다. 내 일을 물려줄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아들과 같이 해 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서요."


사진출처=데니스홍 페이스북



after interview..

 내 매거진의 주제는 '일상 히어로'다. 사실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천재 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 교수를 일상 히어로라는 코너에서 언급하는 게 과연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로봇과학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자로서의 데니스 홍 박사가 아니라,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이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로서의 데니스 홍 박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이 아들에게 아버지는 또 다른 의미의 영웅이다. 데니스 홍 교수에게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 기사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사실 이 인터뷰는 지면에 실린 본 인터뷰가 아니다. 원래는 로봇과학의 미래와 데니스 홍 박사님이 가지고 있는 과학철학에 대해 듣는 자리였다. 이미 알려진 대로 데니스 홍 박사는 아주 발랄하고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지만, 인터뷰를 할 때나 강의를 할 때는 늘 열정적이고 한편으로 진중하다.

 꽤 지난 이야기라, 어떻게 이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흘러가게 됐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인터뷰 말미에 자연스럽게 시작된 자녀교육 이야기는 사실 나에게 인터뷰라기보다는 인생수업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데니스 홍 교수님과 재미있는 포즈로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늘 그렇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신다) 나서도 여운이 무척 길어서, 취재 후일담 형식으로 따로 미니 인터뷰 기사를 작성해 온라인으로 송출했었다.

 하지만 지면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 내심 놀랐다. 온라인의 전파력을 절감하게 된 소중한 기사이다.


Add..

 브런치에는 제가 과거 진행했던, 기억에 남는 인터뷰들을 담아내려 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미처 들어가지 못했던 내용을 일부 첨언하고 시점에 맞춰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인터뷰 후에 느꼈던 단상들도 함께 곁들입니다.  당시 신문에 들어갔던 내용을 확인하시고 싶은 분들은  기사 원문을 클릭해 주시면 됩니다.

(커버사진은 한 잡지에 실린 데니스홍 교수의 사진으로 데니스홍 교수님 페이스북에 공개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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