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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May 27. 2016

'경단녀'였던 7년간 일보다 귀한 지혜배웠죠

엄마로, 바리스타로 하루를 쪼개 쓰는 스타벅스 김정미 부점장


 "피부 관리사 자격증도 따 보고, 부동산 관련 일을 해볼까지 지원서도 냈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이력서를 받은 회사 측에서 전화로 '아이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묻더니 대답을 제대로 못하자 뚝 끊더군요.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통곡하기도 했고요"

 3년 전 까지만 해도 김정미(37)씨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경단녀'(경력단절녀)였다. 7년을 바리스타로 일 했지만 아이 셋을 낳으며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이후 꼬박 7년을 직장 없이 살았다. 재취업을 꿈꿨지만 그야말로 '꿈'에서 그쳤다.



면접 대신 축하파티..환영해 주는 직장 고마워

 그런 김씨의 인생에 '출근'이라는 일상이 돌아온 건 약 2년 반 전인 2013년 10월이다. 전 직장인 스타벅스에서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게 마지막이다 싶은 마음에 이력서를 넣었다. 수많은 이력서를 내고도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김씨에게 처음으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을 찾은 그녀에게 회사는 면접 대신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며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한참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가슴이 뭉클 해 졌지요. 대표이사님이 예쁜 나이에 회사를 위해 일 해줬는데, 아기 때문에 그만둔 걸 우리가 모른 척하겠냐고 하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 씨는 이후 하루 4시간씩 스타벅스 김포이마트점에서 '리턴맘 부점장'으로 일한다.  


    스타벅스가 2013년부터 진행해온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은 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전직 점장·부점장 출신 여성 관리자들의 재취업을 도와주는 제도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도록 주 5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면서 상여금, 성과급, 학자금 지원 등 정규직의 혜택을 받고 인사제도에서도 차별받지 않는다. 김정미 씨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72명의 여성 바리스타가 스타벅스로 돌아왔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달 17일 스타벅스는 고용창출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정미 씨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시간선택제 워킹맘 대표'로 초청받아 150여 명의 정관계 인사와 기업 대표들 앞에서 본인의 경험을 전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일터, 내가 잘 하는 일 할 수 있어 행복

 김씨는 "사실 하루에 4시간을 일 한다고 해도 일과 육아, 살림을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아 체력 유지를 위해 별도로 짬을 내 운동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생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오랜만에 일터에 돌아와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몸이 7년 전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어' 자기 자신도 놀랐다. 집에서 살림할 때는 흐지부지 보낼 수 있는 오전 시간을 '내가 잘 하는 일'로 채워나간다는 게 뿌듯했다. 

  오히려 쉬는 기간이 업무에 도움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을 쉬는 동안에는 직원이 아닌 고객으로 살아온 김 부점장이다.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눈이 생겼다. '아기 엄마'가 갖게 되는 넉넉한 마음도 갖췄다. 김 씨는 "아이 낳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인다"며 "과거에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손님들을 다루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들의 마음도 함께 이해가 되면서 응대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제도 필요..여성들도 자신의 끈 놓지 말아야

 하지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일도 육아도 오롯이 그녀의 몫이다. 배려를 받는다고 해도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김 씨는 복직과 재취업의 한계에 부딪혔던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많은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죠. 스타벅스 리턴맘 프로그램 같은 좋은 제도들이 생겨 다른 분야의 워킹맘들도 전문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제도뿐 아니라 여성들 자신도 꿈을 잃지 않고 틈틈이 준비하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아이를 키워보니 아기가 두 살이 될 때 까지는 엄마가 양육을 해주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 시간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 일보다 육아를 택했고요.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이 시간 동안 '나는 더 이상 사회에 나갈 수 없겠다'고 단념해요. 나 같은 아줌마 이제 누가 쓰겠어, 생각하며 우울해하기도 하지요. 그런 생각을 접고 짬 나는대로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신문도 보면서 다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7년이나 쉬었는걸요. 그래도 공백이 생각보다 많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늘 사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사실 내가 나를 놔 버리는 게 가장 슬프잖아요


after interview..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가족이 생기면, 아이를 낳으면 지금처럼 내가 일에 집중 할 수 있을까. 직장을 그만두고 몇년 간 육아에만 전념한다고 했을 때 과연 내가 돌아올 자리는 있을까. 일도 놓고 싶지 않으면서 아이도 제대로 양육하고 싶은 우리에게는 도대체 어떤 대안이 있을까. 고민을 하던 차에 스타벅스에서 진행하고있는 리턴맘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김정미 씨를 인터뷰 하면서 취재원이 아니라 인생선배로서 그의 삶을 엿봤던 것 같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찾아주지 않는 사회도 원망스럽지만, 이러한 사회를 원망하며 정작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단념해 버리고 마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데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내가 나를 포기 하지 않는 것.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것. 사회는 개인이 바꿀 수 없지만 나 자신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고민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는 게 열 배는 더 스스로에게 바람직 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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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에는 제가 과거 진행했던, 기억에 남는 인터뷰들을 담아내려 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미처 들어가지 못했던 내용을 일부 첨언하고 시점에 맞춰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인터뷰 후에 느꼈던 단상들도 함께 곁들입니다.  당시 신문에 들어갔던 내용을 확인하시고 싶은 분들은  기사원문 을 클릭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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