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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Jul 15. 2016

소소한 어제가 만든 오늘

내가 하루 동안 산 것들



나는 요즘 내 하루하루를 쓰면서 대신 무엇인가를 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내 며칠을 쓰면서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샀다
내가 사랑하는 내 남편과 함께 아침을 먹는 기억을 샀다.
고속도로 위에서 즐거운 노래를 들은 덕에 푹 젖어 버린 이 기분도 샀다


내 하루는 지나가지만 없어지지는 않겠지.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옛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잠깐이었지만 순간 나는 그날로 돌아갔다.

아, 이런 날도 있었구나. 그 하루가 모여 지금의 하루가 여기 있구나. 


다 잊은 것 같은 추억도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마음속에 있다.

마치 달칵, 스위치를 켜듯

어떤 계기가 나에게 그 하루를 불러오고 나는 그 나날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젖는다.


때로는 끔찍하기만 한 어떤 날들이 

왜 아직도 내 기억 속에 흉터처럼 지워지지 않은 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날도 내가 내 소중한 시간들을 지불해 얻은 하루라는 것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의 원망을 걷어내고 나면 다시금  깨닫는다.

 

사람을 잃은 기억, 사람에게 다쳤던 기억, 외면당했던 기억, 또 다른 소중한 것들을 상실하고 절망했던 기억이 가득한 하루 속에는 또 다른 소중함이 있다. 나를 미워했던 사람보다 더 가까운 곳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고,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젠 '잘 지내니, 미안해 '라고, 말할 필요 없는 그 사람들도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있다.

웃었던 기억도. 화가 났던 순간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내 어제들로 이 많은 것들을 샀다. 



저금

-시바다 도요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 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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