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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Jul 30. 2016

평범한 할머니의 정직함이 만들어 낸 700개 매장

이삭토스트 김하경 대표


"저는 차가 없어서 지하철과 버스 기차를 타고 다니는 할머니인데, 앞으로도 그저 맘 편히 다니고 싶어서 그래요. 사진은 제발 안 찍으면 안 될까요?

 인터뷰에는 응하겠지만 사진은 찍을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이 의아했지만 사정을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랐다. 올해 61세로 자신을 '할머니'라고 표현하는 그녀는 사실 '이삭토스트'로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주)이삭의 김하경 대표다. 평균 수명 3~4년에 불과한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4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자 가맹 매장만 700여 개를 보유한 이삭의 창업주가 자가용 없이 다닌다는 '고백'에 그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가장으로..'세상에는 공짜 없음 느껴'

 1995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남편의 건강 악화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인근 대학가에서 3평짜리 이름도 없는 조그만 토스트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어서 더 절실했고 7년 동안을 주 6일, 하루 16시간 이상씩 토스트를 팔았다. 매일 코피를 쏟으면서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위궤양으로 아픈 속을 부여잡고도 가게 문을 닫지를 못했다. 그 덕에 1000원대에 팔던 토스트가 하루에 1500개씩 팔리며 '대박'을 냈다. 김 대표는 "당시 돈을 셀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와 마치 신이 함박눈을 부어주시듯이 돈과 손님을 주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신도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돈을 부어주시는 게 아니라는 것들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심는 대로 거두는 거고, 세상엔 공짜가 없고, 나도 그만큼 고생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간판 없이 장사를 했기에, 정작 '이삭토스트' 1호점은 그녀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주어졌다. 7년간의 장사를 접은 이후 2003년 아파트 단지에서 좌판을 펼치고 장사를 하던 젊은 부부를 우연히 보고, 그들이 눈에 밟혀 며칠을 고민한 끝에 다시 찾아가 "장사할 수 있는 비용을 대 주겠으니 내가 했던 토스트 장사를 해 보겠냐"라고 제안했다. 가게 계약부터 기계 설비, 인테리어까지 80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다 자신이 사비를 털었다. 고마워하며 가게 이름을 정해 달라는 부부의 요청에 성경에 나오는 인물 '이삭'의 이름을 따 이삭토스트라는 이름도 선물했다. 김 대표의 표현대로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은 2003년 1호점 이후 14년 동안 700개로 늘어난 매장 수가 보여준다. 대전 한남대에 있는 1호점을 보고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도 가게를 내고 싶다'며 찾아왔다. 



명동 이삭토스트 매장=사진 출처 매일경제 신문


장사 하겠다는 사람 말리는, '못말리는'사장

 하지만 김 대표는 찾아오는 사람을 환영하는 대신 늘 먼저 만류를 했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에 저를 찾아오시던 분들한테 이 일은 힘든 일이라, 마지막이 아니면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만류했다"며 "나도 장사를 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살아야 하니까 어찌 보면 생명을 걸고 일을 한 건데, 괜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시작했다가 더 힘들어질까 봐 걱정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장사를 말리는 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삭토스트는 현재 마카오에 매장이 있고 연내 대만에도 매장을 낼 예정인데 김 대표는 해외에 매장을 내는 족족 그들을 말렸다. "우리는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계획을 한 게 아니라, 공부가 아직 덜 됐어요. 그런데 마카오 매장을 하시는 분은 아내가 한국인이라 몇 번 한국에 와서 토스트를 먹어보고는 꼭 마카오에 매장을 내고 싶다고 찾아왔더라고요. 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을 왜 시도하려고 하느냐, 많이 도와주지도 못한다 잘 안될 수도 있다며 여러 번 말렸어요. 그런데 그래도 결국은 매장을 내셨어요. 대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해외법인을 세울 계획도 아직 없는 상황인데다 먼저 해 보지 않은 일이라 제가 확신이 없는데 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너무 간절히 원하셔서, 거절을 못해서 이렇게 됐네요"

   하지만 김 대표의 걱정과 달리 이삭토스트는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잘 나가고’ 있다.  서울 명동 이삭토스트 앞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하루 종일 긴 줄을 서고 있다. 대륙에는 없는 달달한 ‘토스트’ 맛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햄버거 가게는 대중화됐지만 토스트 가게는 없다시피 하다. 웨이보 등 중국 SNS와 가이드북에는 이삭토스트 명동점이 서울에 오면 꼭 들러야 할 맛집 중에 하나로 소개돼 있다.

 마카오는 1호점을 낸 현지인이 2호점을 추가로 개설했고, 팝업스토어 형태로 임시 운영 중인 대만 매장은 손님들이 매장 안에 이중, 삼중으로 줄을 서 토스트를 사 간다. 




사업 성공의 비결은 '욕심내지 않는 것'

 김 대표에게 수명 짧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장수 비결'을 물었다.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게 비용 창출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수익에 맞게,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익이 모이면 이만큼, 또 모이면 저만큼, 서두르지 않았다"며 "성공한 비결이라고 하기는 부끄럽지만 욕심을 안 내니 무너지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욕심 없는 사장 덕에 이삭토스트는 여전히 가맹비, 로열티를 전혀 받지 않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된다. 인테리어나 물품 조달도 업체를 연결해 직거래하게끔 하고 별도로 관여하지 않는다. 이삭의 특제소스나 일회용품(컵) 등만 직접 가맹점주들에게 제공해 수익을 낸다. 여기에 월 4만 5000원의 광고분담금이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소박하다. "아무도 나를 만나서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목표가 자신의 평생 숙제라고 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가맹점주도, 업체들도, 토스트를 드시는 분들도 다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삭토스트를 하시는 분에 대해서도 큰돈을 벌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보다는 최소한 먹고 사시게끔 , 열심히 노력한 만큼 버실 수 있게끔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After interview...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애착이 많이 가는 인터뷰다.

남기고 싶은 말이 많지만, 모두 갈음하고 김 대표가 늘 외우고 되새긴다는 잠언(혹은 시)를 함께 붙인다.

이런 성공을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신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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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에는 제가 과거 진행했던, 기억에 남는 인터뷰들을 담아내려 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미처 들어가지 못했던 내용을 일부 첨언하고 시점에 맞춰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인터뷰 후에 느꼈던 단상들도 함께 곁들입니다.  당시 신문에 들어갔던 내용을 확인하시고 싶은 분들은  기사 원문을 클릭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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