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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Jun 27. 2019

버리기를 일상화 해보자

버리기 고수(?)가 되어볼까

몰랐다. 물건을 사는 것만큼 버리기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음을. 물건을 버리는 것에도 사는 것만큼 '쾌감'이 있다는 것을.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본 뜻은 떠난 사람의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물건을 비워낼수록 맥락은 다르겠지만 이 말이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나간 물건은 공간을 남긴다. 공간이 생기면 쾌적함이 따라온다. 삶의 거추장스러움이 사라진다. 물론 이 물건이 내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전제하에서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는 데는 쾌감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석 달간 총 1500개 물건을 버리면서 물건을 살 때 만큼 버릴 때도 공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기부하고, 판매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소모적이다. 사람과 이별하는 게 마음에 생채기를 내듯, 수년간 내가 이고 지고 살아온 물건과 작별하는 데도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석 달간 총 1500개 물건을 버리고 나서 나는 결국 '버리기 휴식'(이라고 쓰고 권태기) 시간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 시간은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잠시나마 '버리기 변태'처럼 살던 3개월이 나를 조금이나마 변화시켰던 것이다. 버리기를 중단하니 곳곳에서 눈에 거슬리는 물건이 발견됐다. 여전히 우리 집은 필요한 물건만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게다가 살면서 물건을 새로 들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물건은 계속해서 늘었다. 


그러나 열흘 넘게 매일 20개, 30개씩 물건을 전투적으로 버리는 미니멀 게임을 계속하기에는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던지라, 이제 방식을 바꿔 버리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일명 '버리기의 일상화'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다. 가벼운 숙제지만 반복할수록 버리는 행위를 습관화할 수 있어, 많은 정리 컨설턴트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나는 하루에 한 개씩만 버렸다가는 내 목표인 '치우지 않아도 되는 집'을 달성하기가 요원할 듯해 '미니멀 게임'을 응용해 나만의 룰을 만들었다. 미니멀 게임의 원칙은 '날짜 수만큼 버리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한 달에 약 450개 물건을 비워내게 된다. 단기간에 많은 물건을 처분할 수 있지만 월말이 다가올수록 하루에 버려야 할 개수가 많아져 부담이 크다. 그래서 지속성을 위해 '끝자리 미니멀 게임'을 하기로 했다. 1일부터 9일까지만 날짜 수만큼 물건을 버리고, 이후에는 날짜 끝자리 개수만 버린다. 즉 10일에는 쉬고, 11일과 12일에는 각각 1개와 2개를 버리는 식이다. 열흘이면 45개, 한 달이면 135개 물건을 버릴 수 있다. 


버리기의 일상화는 버리기를 습관화하면서도 버리는 데 드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는 데 있다. 

버리는 물건의 '개수'가 아닌 버리는 데 드는 '시간'에 제한을 둬도 부담이 줄어든다. '일주일 안에 80% 버리는 기술' 저자인 후데코 씨는 책에서 'FlyLady.net'이라는 정리 도우미 사이트에 소개된 방법을 참고해 15분 동안 27개 물건을 버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추고 △쓰레기봉투를 잡은 뒤 △집안을 돌아다니며 버릴 것을 쓰레기 봉투에 넣은 후 △27개가 되면 봉투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단순한 방법이다. 작가는 이 방식이 버리는 데 가속도를 붙이는 방법이라고 표현했다. 아까워서 물건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필요 없는 물건이라면 자신도 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버리는 쾌감도 맛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버리기 내공에 따라 27개라는 개수는 조절해도 하고 '하루는 옷, 하루는 책'처럼 하루에 한 테마씩이라는 룰을 만들어도 상관없다. 


물건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데 중점을 두고 싶다면 '하나 사면 하나 버리기'를 실천해도 좋다. 새 옷을 사면, 잘 입지 않는 옷을 하나 버린다. 새 신발을 사면 헌 신발을 버린다. 새로 구입한 제품이 기존에 집에 있는 제품을 대체하는 물건이 아니라면, 다른 '쓸모없는 무언가'를 비워내며 최소한 집안에 있는 물건의 총량을 유지한다. 


버릴까 말까 너무 망설여지는 물건들은 '한 달간 숨겨놓기'로 일단 눈에서 멀어지게 해 본 후 그 기간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을 때 처분한다. 몇 년 전 외국 연수를 다녀온 한 직장 선배가 1년간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는데 그제서야 풀지도 않은 짐 박스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분명 필요해서 챙겨온 짐이었을 텐데 박스 속 물건들을 365일간 단 한 번도 필요에 의해 찾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날마다 미니멀라이프' 저자 박미현 씨는 "용기가 나지 않을 때는 임시로 버리라"고 조언했다. 상자나 봉투에 넣어서 빈방이나 베란다 등에 일단 미리 버려보고, 그래도 별로 문제가 없을 때 그 물건을 가차없이 처분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비울지 말지 모호한 물건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망설인 횟수'를 세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문득 '버릴까?' 생각이 스치는 물건, 흘끗흘끗 보게 되는 물건이 있는데, 그런 생각이 다섯 번 정도 들었다면 그 물건은 이제 버려도 된다고 말한다. 


'미니멀라이프 수납법'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한 미니멀리스트 부부는 '조금이라도 먼지가 쌓여 있는 물건은 필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주 쓰는 물건은 먼지가 앉을 틈이 없기 때문이다. 즉 '먼지가 쌓여 있는 물건'은 죄다 비워낸다는 것이다. 


이 부부의 생각은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면 참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가 오기까지 조금씩, 때로는 '왕창'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들을 계속 해 봐야겠다. 그때쯤 되면 '버리기의 일상화' 작업 역시 가뿐히 버릴 수 있게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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