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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Aug 29. 2019

미니멀 라이프도 지피지기

나만의 컬러 찾기.. 퍼스널 컬러 진단 도전


 미니멀리스트들을 흔히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적게 소유할수록 더 여유롭고, 풍요롭다는 미니멀리스트들의 생각이 독일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1973년 제시했던 자발적 가난(voluntary poverty)의 개념과 맞아떨어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던가. 의미는 같더라도 왜인지 자발적으로라도 `가난`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단 가난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슬프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발적 가난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신경림 시인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가 떠오른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여하튼 나는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한 게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므로(그 말이 그 말일지라도!) 이를 통해 심플하고 우아하게 살고 싶다. 모든 것을 버리고 포기하고 싶은 게 절대 아니다. 사실 서론이 길었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옷장을 충분히 비우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쁘게 옷을 입고 싶다는 말이다. 화장품을 최소한으로 줄이더라도 가끔은 분위기 있는 메이크업을 하고 싶다.


`내 옷장 속의 미니멀리즘` 저자인 아누슈카 리스는 무작정 소유를 줄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적절한 것, 자신의 삶에 가치를 더해주는 것을 소유하거나 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니멀리즘의 핵심이 `모든 일에 약간의 의도를 더하고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맹목적으로 유행을 좇기보다는 더 많이 생각하고 선별해 자신과 자신의 삶에 무엇이 알맞은지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의도가 옷장과 화장품 칸을 미니멀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그의 말처럼 모든 일에 의도를 더하고 의식적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야 한다. 케이스가 예쁘고 싸서 화장품을 사는 것이 아니고, 유행에 맞아서 옷을 구입하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에게 최대한 어울리는 물건을 `의도적`으로 구매해야만 한다. 이렇듯 원하는 것과 알맞은 것이라는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것들만 선택해서 남겨두고 싶다고 고민하던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퍼스널 컬러 진단이다. 퍼스널 컬러 진단이란 타고난 신체 컬러를 찾아내고 이 진단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는 과정이다. 사실 이전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굳이 시도해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현재 `미니멀 라이프 도전자` 아니던가. 퍼스널 컬러 진단 역시 도전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실천에 옮겼다.



컬러팩토리 명동점(에뛰드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내 경우는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컬러 팩토리`(에뛰드하우스)를 방문해 컬러진단을 받았다. 비용이 최대 4만 원으로 다른 컬러진단 프로그램보다 저렴하고 소요시간이 1시간 20분 남짓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문 컬러 진단 업체보다는 평가 과정이 단순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 근처에 마침 컬러 팩토리가 있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녀올 수 있어 큰 고민 없이 결정했다. `coloz.co.kr`과 같이 무료로 온라인에서 컬러를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있으니 참고하자. 하지만 자가진단은 객관적인 테스트가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 나도 자가진단 테스트를 먼저 해 본 후 실제 컬러 진단을 받았지만, 전혀 결과가 달랐다.


우선 피부 톤 측정기를 자외선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턱선 피부에 대고 자신의 피부색을 측정한다. 내 경우는 `봄 웜톤`과 `여름 쿨톤`의 중간인 뉴트럴 톤 봄·여름 타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피부 톤 측정에 맞춰 어울리는 메이크업 컬러와 헤어 컬러 등을 추천받은 후에는 다양한 색의 천(드레이핑 천)을 얼굴에 대 보며 다시 잘 어울리는 색을 고른다. 놀랍게도 어떤 색의 천을 얼굴에 대 보느냐에 따라서 피부색이 칙칙해 보이거나 얼굴에 그늘이 지기도 하고, 반면 화사해 보이 기거나 혈색이 돌아보이기도 했다.



얼굴에 드레이핑천을 대보며 어울리는 색을 찾는다


간단한 진단을 마치고 `베스트 컬러`와 `워스트 컬러` 리스트를 받았다. 베스트 컬러 리스트에는 그간 선호해왔던 컬러들도 분명 있었지만, 전혀 관심이 없던 컬러들도 들어있었다. 앞으로 옷이나 화장품을 구매할 때, 심지어 사진을 찍을 때도 관련 컬러를 배경으로 촬영하면 더 돋보이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컬러진단을 해 주는 컬러리스트의 조언이다.


하지만 내 눈에 더 들어왔던 건 `워스트 컬러`다. 사실 무채색의 옷을 선호하지만 종종 나름의 `포인트 컬러` 의상이나 스카프를 구입할 때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컬러가 버건디였다. 그래서인지 옷을 줄이고 또 줄인 내 옷장 속에는 여전히 버건디색 원피스와 블라우스가 걸려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진단 결과 이 색은 나의 워스트 컬러였다. 게다가 내가 `무난하다`고 느껴 큰 고민 없이 구입해왔던 네이비 컬러도 썩 나에게 어울리는 색상이 아니었다. 네이비 색상의 옷은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만든단다. 네이비 컬러의 옷을 입느니 블랙과 카키색을 입으라는 조언에 작은 한숨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이라는 진단을 받은 컬러들


물론 무조건 컬러리스트의 진단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30년을 넘게 알고 왔던 나 자신과 실제 내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닌 다른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


그리고 덕분에 내 옷장을 미니멀하게 만들 안목도 얻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차마 비워내지 못했던 버건디와 네이비 컬러의 옷들을 과감히 처분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내게 이 프로그램을 추천해준 지인은 최근 유행 컬러의 옷을 구입하려고 몇 번을 망설였지만 컬러 진단을 받고 나서 자연스럽게 구매 욕구가 사라졌다고 했다. 나 역시 새로운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갖고 있는 옷 중에서 맞는 옷을 제대로 선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트렁크 하나면 충분해`의 저자 에리카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옷을 단 18벌만 남겼다고 한다. 사실 옷장을 비우고 몇 벌만 남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내가 원하는 좋은 물건만 남기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좋은 물건이란 `나다운 것, 내가 기분 좋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나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옷을 고르는 것도 , 버리는 것도 편해진다. 유행을 좇지 않고 나만의 `일관성`을 가지는 삶을 살다 보면 그만큼 선택하는 데 드는 수고가 줄어든다. 기왕 최소한의 옷만 남기면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의 옷을 옷장에 넣어둘 필요는 없다..


나를 확실히 알아간다면 나의 공간은 내가 원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질 것이다. 여전히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아마 평생을 가도 다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 자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선 것만으로도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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