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 1일 차]
BMJ 양은, 그러니까 ‘양’이라는 음절이 이름 뒤에 붙기에는 심하게 묵직한 나이인 MJ양은 기어이 ‘입덕’과 같은 주제의 글을 쓰기로 무작정 결심했다. 왜냐하면 일단,
1.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25,000원을 홀랑 내 버렸다. 그러니 나는 써야 한다.
2. 처음에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고백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오래 좋아한 후에 이런 글을 쓰려고도 했지만, 그러면 마음이 많이 시든 후일지도 몰라서 지금 당장 쓰기로 하였다.
3. 이 글들을 다 쓰고 나서 차후에 독립출판물로 만들어 이를 기념하면 꽤 근사한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독립출판물은 '내가 언제나 철이 없었구나.'를 깨닫게 해 줄 기념품이자 나만의 흥미로운 흑역사가 될 듯하다.)
글을 쓰긴 쓰지만 지금 나의 이 글쓰기는 독자를 바라고 쓰는 글쓰기가 아니다. 누군가가 나의 이 글에 댓글이라도 달고 간다면 아마도 나는 나 스스로에게 민망의 가중치를 매우 높게 부여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노래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목소리에 반했다는 이유로 교복 입던 시절의 꼬마 소녀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차마 대놓고 자랑하지는 못하겄다. (그래서 기존에 사용하던 블로그,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은 그 블로그에는 이런 부류의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나를 실제로 아는 사람들에게 나의 '입덕'을 내보이고 싶지 않아서일까?)
다른 이유 다 차치하고, 이번 매거진의 소재로 나의 ‘입덕’을 큰 줄기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미있어서.
순전히 재미있어서 이런 글을 쓰기로 했다. 코로나 속 약간의 우울감 및 피폐한 나의 경제 상황 속에서의 유일한 ‘삶의 재미’가 한동안 '입덕'이었다. 일하러 나가기 싫을 때, 아침에 일어나기 귀찮을 때. 그럴 때마다 나를 흔들어 깨우고 나를 일하게 만들어 준 노래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사심 가득한, 그리고 무척이나 솔직하고도 어설픈 '입덕일지'를 시작하려고 한다. 입 밖으로 연예인을 내뱉기에는 너무 늦어 버린 나이일지도 모르지만 과감히 내 인생의 해시태그에 '입덕'을 넣어 보기로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차피 '입덕'은 나이순도 가나다순도 아니니까 이왕 던진 거 힘차게 던져 보자.
나는 지금, 가수 임◯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내 친구의 어머니가 된 심정으로 네이버 카페에서 ‘싱어게인 ◯◯호’를 아니, ‘◯◯◯’을 검색한다. 과감히 클릭하는 내 손가락의 스냅과 동시에 나는 타임워프를 하듯, 스무 살을 훌쩍 건너뛰어 진짜 스무 살 즈음으로 되돌아간다.
거기에는 아직 어린 내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