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 5일 차]
왜 축구 볼 때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 있지 않은가.
“야, 너가 응원만 하면 꼭 골 먹더라.”
이건 뭐, 펠레의 저주도 아니고 엉뚱한 징크스를 꾸역꾸역 끌고 가는 사람. 혹시 그게 나인가? 근데 왜 왜 내가 응원만 하면 우승이 아니지?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참 좋아한다. 처음으로 빠져 본 오디션은 슈퍼스타K. 그때 동생과 함께 응원하던 가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가수님 대신 다른 가수님의 이름이 맨 마지막 무대에서 호명됐을 때... 우리 두 자매는 들고 있던 휴대폰은 내팽개쳤다. 이런 abc. (물론 우승하신 분, 축하드립니다만요.)
그리고 슈퍼스타k 시즌5. '그땐 아주 오랜 옛날이었지.'로 시작하는 노래를 예심에서 부르며 혜성같이 등장한 나의 그 가수님. 오디션에 나온 가수들 가운데 나로 하여금 처음! 덕질을 시작하게 만드신 분이다. (살짝 덕질에 발을 담그다 말았지만…….)
당시 비정규직뿐이던 내 삶이, 꽤나 녹록지 않아서 나의 입덕은 완성형이 되지 아니하고 심심하게 흐지부지되었다. 그래도 최근 그분이 무려 가왕!이 되셨고, 우리 엄마께서 그분이 불후의 명곡에서 불러 주신 ‘라구요’를 매우 좋아하신다. 그 노래는 우리 집 세 가족이 산책길에 나설 때마다 꼭 듣는 필수 플레이리스트다.
그리고 최근 내가 본 오디션 프로그램은 팬텀싱어. 내가 응원하던 팀이, 준우승……. 우승할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가만 보니, 이거 내가 응원만 하면 우승을 못(?) 한다.
혹시 나 때문에 내 가수님이 우승을 놓.쳤...?
그렇게 말하기에는 내 가수님, 준우승도 아니고 3위이니까 뭐라 크게 연결고리를 찾을 일은 아니지만. 우승을 하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고 우승을 하지 않아서 참 많이 다행스러웠다. 이제 출발하는 갓 ‘청춘’의 내 가수님에게 우승은 무거운 왕관 혹은 독이 든 성배가 될지도 모른다.
그저 결승전 그 경연처럼, 아니 그 공연처럼,
가벼운 몸놀림과 흔들리는 머릿결, 뒤흔들던 어깻짓으로 만들어 낸 그 기타 사운드, 그리고 환히 무대를 비추던 그 자유롭고 청량한 음색들.
노란 신호등이 무수히 가득하던, 그 ‘찬란한’ 골목길.
당신의 탑 쓰리, 아니 당신의 시작을 축하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당신의 빛나는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처음의 '자신 없습니닷'를 벗어던지고, "이제는 자신 있습니닷!"라고 외치는 재치 만점의 내 가수님을,
오늘도 나는 또 남몰래 응원해 본다. (아주 진지한 궁서체의 마음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