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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12. 2022

이 맛(?)에 덕질

[입덕 7일 차]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

아직 꿈을 꾸는 것 같네요.

무☆☆☆, 리모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혹은 시상식에서 자신의 팬 카페 이름이나 팬덤 이름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마음속에서 물음표가 생기곤 했다.     


‘굳이 왜? 왜 공식 석상에서?’


그 팬카페 이름을, 사람들은 절대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팬카페에 가입까지는 안 했어도 해당 연예인을 평소 지지하고 응원하는 '숨은 팬들'도 분명 있을 텐데 그렇게 콕 집어 한 무리의 열성 팬덤만 챙길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했다. 그건 연예인과 팬, 딱 자기들끼리만의 세상에서 사는 건 아닐까. 감독님 이름을 쭉 열거하는 수상 소감만큼이나 진부한 이야기가 바로 팬카페나 팬덤 이름 언급이라고 생각했다. 모두의 잔치를 자기네 잔치로 만드는 행위 아니던가?     


이랬던 나다.

분명 평소라면 이렇게‘만’ 생각했다.

백 번 천 번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

무궁무진, 리모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잠깐만. 누구를 사랑한다고요? 뭐, 나를요? 아, 아니지. 잠만, 잠깐만. 우리를요? 리모를?     



리모는 리무진을 간단히 줄여 부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이 ‘리무진’은 ‘이무진’의 시그니처 사운드인 ‘리무진 썰~비스’에서 온 말이기도 하고.) 거기에 더해 ‘리모’는 ‘Lee’와 ‘慕(사모할 모, 그리워할 모)’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리무진’의 '리모'와 ‘Lee+慕’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띤 단어가 바로 ‘리모’이다.     


팬덤 이름을 공모했을 때, 나도 ‘무림(무진의 숲)’이라는 단어를 살짝 제안해 봤다. 물론 3표나(?) 받고 장렬히 탈락했다. (투표해 주신 세 분, 그래도, 고마워요.) 그리고 팬카페 이름은 그보다 훨씬 앞서 공모가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참 잘 지었다. 가수 이름 앞에 ‘무궁’을 붙여 ‘무궁무진’이 최종 낙점되었다.     



무궁무진, 리모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이 말이 내 가수의 인별그램에 뜬 날, 팬카페 무궁무진은 난리도 아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구나...

이 맛에 팬을 하는구나.     

그 팬카페의 난리통 속에서 나도 세상의 온갖 호들갑을 긁어 모아 다른 리모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두 번 말하기 입 아프지만, 지금까지 우리 팬만 사랑한다는 듯한 말들에 늘 고까운 시선을 던졌었다. (자기네 팬카페 이야기를 왜 공개적인 자리에서 뭐 하러? 왜 때문에 하는 건데?) 그런데 내가 본의 아니게 ‘그들’이 되고 보니 이제야 알겠다.     



덕질은 어쩌면 그 한마디를 들으려고,

그냥 누가 내 응원과 성원을 발톱 때만큼만 알아줘도 좋아서,

아니 안 알아줘도 좋지만 그래도 알아주니 참 고맙고 즐거워서,

아마도 그 맛에 덕질을 하는가 보다.     



오늘도 입덕 초보는 이렇게 세상을, 덕질의 맛을 알아 간다.

(끝으로 나도 한마디만 더.. 저도 가수님을, 사.... 사... 아니 그냥 좋아합니다. 나는 리모뻘, 아니 이모뻘이니까 여기까지만 할..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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