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매체는 내게 늘 ‘종이(紙)’ 이상이었다. ‘나무’라는 자연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길목에서 만나곤 하는 작가들의 손때 묻은 이야기. 그것이 내겐 곧 ‘책’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감촉을 느낄 때마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좋아서, 책장에 담긴 글자들이 짓는 표정들이 좋아서 책 가까이에 붙어 있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처음부터 편집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꿈이 나를 편집자 쪽으로 길을 내어 주었다. ‘늦깎이 편집자’로 비틀거리는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내가 그전에 들렀던 거처들(가령 나의 직업이었던 청소년 지도교사, 사회복지사 등)이 내 편집의 골조를 더 탄탄히 만들어 주었다.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한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늦었다고 속도를 내어 달리려 하진 않는다. 조금 느린 속도로 책을 만들며 자늑자늑 이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이 매거진은 ‘어쩌다 편집자’가 된 초보 편집자가 편집의 길을 조심히 항해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흔하디흔한 편집자가 한 분 한 분의 특별한 작가님들께 건네는 소소한 안부이기도 하다. 그 길을 따라 함께 조용히 걸으며 ‘어쩌다 작가’가 된 분들이나 예비 작가님들이 이 편집자의 이야기에 조금쯤 공감을 보태 주실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