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과 출간 계약을 하기로 한 날이다. 작가님도 첫 계약, 나도 편집자로서 첫 계약.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주머니 안쪽에 고이 접어 숨겨 둔 채 청주로 향했다. 작가님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그 첫출발을 축하해 드리기로 한 것.
나는 몇 개월 전 미리 출판 계약에 관한 표준 양식을 내려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출판사만의 계약 사항을 덧보태고 전체적인 조항을 대표님과 함께 검토했다. (출판을 위한 계약서의 정식 명칭은 ‘출판권 설정계약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들어가면 표준 양식을 받을 수 있다.)
나의 첫 작가님은 고등학생. 아니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더는 불리지 않는 ‘자퇴생’ 작가님이셨다. 홈스쿨링이 아닌 ‘월드 스쿨링’을 주창하는 대차고 멋진 작가님이다. 오로지 '글'을 쓰고 싶어 학교를 나왔고 벌써 글로써 멋진 성과를 거두고 계시는 분이었다. 학교가 억지로 먹이는 교육을 과식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걷고 계시기도 했다. 나는 거의 7~8개월간 작가님의 원고를 하나하나씩 전달받으며 작업을 했다. 그 결실이 ‘출간 계약’으로 나타나는 자리라 배석한 모든 사람이 조금씩 긴장하고 얼마간 흥분했다.
작가님은 전날, 꼼꼼히 계약서를 확인하셨다. 저작물 저작과 출판에 드는 비용은 전부 출판사에서 부담하기로 했고 전자책 부분은 우리 출판사 측에서 상향 조정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여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작가님의 제안대로 적절한 범위로 조정하였다.
작가님은 작가님 입장이 있고 우리는 우리 출판사의 입장이 있다. 그 중간에 놓인 다리가 바로 ‘출판권 설정계약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도 작가님도 꼼꼼히 이 계약서를 들여다봐야 한다.
먼저 ‘너도나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저작권사용료’, 즉 ‘인세’이다.
인세(印稅): 계약에 의하여 저작물을 발행하여 판매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판권 소유자인 저작자에게 저작물이 팔리는 수량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치르는 돈.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표준 계약서에는 ‘저작권사용료’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 부분의 조항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
①출판사는 아래와 같이 저작권자에게 정가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일정 부수(발행부수 또는 판매부수)를 곱한 금액을 지정 계좌를 통하여 저작권사용료로 지급한다. 이때 저작권자는 출판사에게 발행부수 또는 판매부수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②출판사는 ○개월에 한 번씩 발행부수 또는 판매부수를 저작권자에게 통보하고 통보 후 30일 이내에 그 기간에 해당하는 저작권사용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①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저자가 한 권을 팔 때마다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를 알려 주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내 책의 정가가 14,000원이고 판매 부수에 대해 10%의 비율로 저작권사용료를 받기로 하였다면 나는 책이 한 권씩 팔릴 때마다 1,400원의 돈을 버는 셈이다. 판매 부수가 500부라면 70만 원을, 1,000부일 땐 140만 원의 돈이 수중에 들어온다. 그런데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발행 부수는 책을 발행할 때의 물량을 뜻하는데 1쇄, 2쇄 등 한 번 인쇄할 때의 부수를 생각하면 된다. 보통 출판사들은 1,000부나 2,000부, 3,000부를 1쇄의 발행 부수로 정하는 경우도 있고 사정에 따라 500부를 1쇄의 물량으로 인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3,000부 이상으로 발행 부수를 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는 출판사 사정마다 다르다.
②는 저작권사용료의 지급 시기에 관한 이야기다. 부수에 따라 저작권사용료가 달라지고 정산 기간에 따라 금액의 폭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는 출판사마다, 또 계약한 작가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판매 부수를 기준으로 저작권사용료를 지급할 때 판매된 부수가 많다면 정산의 간격을 짧게 잡겠지만, 판매가 원활하지 않다면 분기별 혹은 상·하반기별로 저작권사용료를 지급하기도 한다.
더불어 계약을 하다 보면 ‘선인세先印稅’라는 말도 종종 듣는데 이는 미리 인세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선급금’에 관한 조항도 표준 계약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판권 설정계약서를 작성할 때 1차로 중요한 것은 내 원고를 알아봐 주는 출판사를 만나는 일이다. 내 원고를 ‘쉬어 가는 페이지’쯤으로 가볍게 여기는 출판사보다는 ‘진심’과 ‘전력’을 다해 내 원고를 파헤쳐 보려는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 좋다.
그러나 2차로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이다. 출판사도 신중해야 할 부분이고, 작가님도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니 계약서를 미리 꼼꼼히 살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금액과 지급 시기를 적확히 밝히는 출판사, 그리고 때마다 정산 파일을 꼼꼼하고 투명하게 전달하는 출판사일수록 작가와 단단한 신뢰를 엮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출판사가 잠시 나의 정산을, 나의 ‘머니’를 잊었다면 ‘똑똑’ 노크를 하면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늦어지거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신뢰를 더 공고히 하는 방법은 서로 직접 물어보고 직접 답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건 내 작가님들이 나에게 일깨워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