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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05. 2024

지구 이민 1세대, 무지갯빛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를 읽고


이 책의 콘셉트: 지구 이민자의 정착과 새 출발, 지구와 지구 밖의 연결 모티프

행성을 떠나는 지구 이민자들에게 우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일까.



주제: 손에 잡으려 하기보다 곁에 두고 보아야 더 예쁜 무지개

무지개 외계인들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저 정착하는 데 필요한 땅 조금.



강점: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필연적인 상징물의 조화

1) 제3 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2) 청소년의 '외계인 육아'라는 생소한 설정

3) 주제를 명징하고도 '귀엽게' 드러내는 표지 그림



이 책의 해시태그

#지구이주 #외계인 #무지개 #빛의종족 #외계인육아 #아기보보 #틴스토리킹 #외계난민 #지구이민신청 #랩원호 #혼자가편한나래



내가 만들어 본  홍보 문구

1) 무지개를 배웅하는 시간

2) 우리도 어쩌면 외계인



시선을 멈추게 하는 문장들(필사)

빛과 함께하는 종족. 따뜻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사람들.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구인의 모습을 가장 완벽하게 묘사해 냈지만 그들의 본래 모습은 한없이 무에 가까운 빛.(90)

우리 주변에도 '빛'의 모습으로 외계인들이 함께하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시끌시끌한 교실은 항상 즐거운 이야기, 웃음, 악의 없는 타박과 과장된 환호성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은 모두 '그 친구들'의 것이었다. 그들과 나래 사이에는 8차선 도로가 놓여 있었고, 그 도로 위로는 늘 넌 다르다, 좀 그렇다,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시속 180킬로미터로 달렸다. 그 도로를 건너 보려다가 , 몇 번을 다쳤던가. 그래, 난 너희랑 다르지. 그렇게 나래는 안전한 거리까지 뒤로 밀려났다.(150)

우리도 지구에 살면서 종종 외계에 동떨어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마도 그래서 외려 더 뒤로 밀려나 있고 물러나 있는 이주 외계인 '보보'에게 나래의 마음이 더 가 닿았던 것인지도?


아무리, 느려도, 늦어도... 분명히 있을 거야. 이런 우리를 기다려 주는 누군가가.(225)

기다리다 보면 미래의 내가 나를 마중 나와 줄 수도 있고 말이야.


넌 정말 대단해. 넌 지구를 제대로 탐험한 하나뿐인 외계인일 거야.

"보?"

"고마워. 이곳을 좋아해 줘서."

지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지구를 아끼는 사람들을 우리는 너무 섣불리 '철없는 사람들'로 치부하지는 않았나. 뭐 저렇게까지 혼자서만 지구를 위하는 척을 하지, 했을지도. 더 중요한 가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일 수도 있는데 나는, 우리는 성장과 성과를 더 높은 순위에 올려 두고 위로만 위로만 가려 하지는 않았나.


눈앞이 한순간에 무지갯빛 오로라로 가득 차더니 보보도, 보보의 선생님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원호도 나래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본래 모습이라는 걸.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249)

빛의 모습, 구름과 바람, 혹은 눈과 비의 모습. 어떤 모습으로든 그들은 우리와 함께한다. 그들이 외계인일지 '자연'의 이름일지, '지구'의 이름일지는 모른다. 다만 그것들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는 손쉽게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그들을 지구 밖으로 이주하게끔, 우리를 떠나게끔 만들고 있진 않는가.




최종 리뷰

지구 이민 1세대로 도착한 '무지개' 외계인. 여느 소설 속 외계인들과 달리 그들은 지구 속에서 물 흐르듯, 혹은 물처럼 투명하게 '지구인'의 모습을 하고 조용히 살아가길 원했다. 흔히 지구의 침략자로 그려지곤 하던 외계인과는 달리 그들은 지구를 침략도 침탈도 하지 않았다. (할 생각도 없었다.) 그들은 거주지가 필요한 난민과 다름없었고 지구에 구조의 손길을 요청한, 그저 '외계 피난민'이었다.


모행성의 기상 이변, 멸종을 피하기 위한 지구로의 이주.

지구인들도 처음에는 이들의 등장이 낯설고 생경했지만 이내 곧 익숙해진다. '외계인 거주구'는 재개발 탈락의 이유쯤이기만 한 시시하고 그저 그런 곳. 그러나 이들은 진주를 만들 줄 아는 빛의 종족이었고 그것이 지구인의 욕망을 자극한다.


이 책의 스토리는 대이주를 결정하던 와중 불가피하게 남겨진 어린 아기 '보보'를 평범한 지구인 청소년들(원호, 나래)이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보보'를 수송선으로 보내기 위한 좌충우돌 대작전. 그 대작전 중에는 섣불리 누구를 믿을 수도, 함부로 스포트라이트 앞에 나설 수도 없다. 지키고자 하는 것은 오직 '보보.' 지구를 지구인처럼, 어쩌면 지구인보다 더 자세히 탐험하고 들여다보다 그만 길을 잠시 잃은 보보.


이 소설에서 지구인은 약간의 혐오와 대중다운 무관심, 그리고 숨겨 둔 욕망으로 외계인을 대한다. 그런데 비단 외계인에게만 그랬을까? 살아오면서 나는, 우리의 영역에 들어오려는 이들에게 언제나 공평하고도 다정한 사람일 수 있었던가.


이 책을 읽다 보니 하나 더 의문이 든다. '지구로 온 외계난민' 이야기는, 과연 지구 밖 이야기이기만 할까? 지구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가장 먼저 파기하는 종족은 누구일까? 나일까, 너일까, 아니면 우리일까? 우리가 암울한 기후 전망으로 지구를 물들일 때, 우리를 자연으로 물들이려는 지구만이 오직 그 답을 알고 있다. 기후 난민의 위험을 안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무지갯빛 외계인들에게서 미리 엿본다.



그나저나, 초보 래퍼 원호와 오늘 처음 학원을 빠지고야 만 모범생 나래는, 우리의 외계인 아가 보보를 무사히 무지개 외계인들에게 넘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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