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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04. 2024

다시,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읽고

속보입니다! 전국의 사춘기 아이들이 동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띠지 내용 중 발췌)



이 책의 콘셉트: '사춘기'라는 본능을 동물의 '종'과 연결

어른이 되기 전에 겪어야 할 성장통을 '외적/내적 동물화'로 드러낸다. (유사 콘셉트: 카프카의 '변신', 만화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예상 독자: 지독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

확대 독자는 '지독한 사춘기와 동거 중인 가족들 및 주변 어른들'로 보면 될 듯하다.



강점: 청소년의 개별성을 동물의 본능과 연관 지어 독특하게 표현

누구나 겪을 법한 '사춘기'라는 과정을 '동물화'로 드러냈다. 신선하고도 상상력 있는 발상이다. 게다가 사람과 짐승(동물)의 생태까지 두루 섭렵한 글이다.


동물화된 아이들 모두는 제각각이었다. 나무늘보로 변한 건우는 하루에 열여덟 시간씩 잠을 잤으며 일어나는 건 화장실에 갈 때뿐이었다.

"사실, 나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금이 더 좋아."

사람이었을 때 행동이 굼떴던 건우는 원래 느린 게 당연하다고 이해받는 지금의 나무늘보가 더 행복하다고 했다.(100)


(실제로 나무늘보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가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무 밑으로 내려와 느릿느릿 그간의 볼일을 해결한다고 한다.)



나 혼자 제안해 보는 이 책의 홍보 문구

"다시, 사람이 되시겠습니까?"

"누구나 자기 안에 동물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게 언제 튀어나올 줄 몰라서 그렇지."



필사해 보는 사랑스러운 문장들

1. 충격적인 속보

속보입니다! 전국의 사춘기 아이들이 동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띠지 홍보문구 중)


2. 스님의 혜안

"스님은 왜 아이들이 동물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시기지 않나. (...) 저렇게 크게 앓고 나면 남은 생에는 사람으로 잘 살아갈 걸세. 이 시기를 겪지 않으면 눌러둔 제 본능 때문에 언젠가 괴로워할 날이 있을 테고."

"왜 각기 다른 동물로 변할까요?"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따라 그 길이 생기는 거라네. 가장 많이 머문 곳에 흔적이 남고, 그 흔적이 그림자가 되고, 그 그림자가 동물이 된 걸세."


3. '동물화(사춘기)'는 진화인가 퇴화인가?

십 대가 통제불능의 동물로 변하자 세상은 혼돈 그 자체가 되었다. 동물화가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서만 발현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사람들은 그나마 조금 안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사춘기'가 '동물화'로 진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화'라는 단어에 주목해 본다. '사춘기'가 얼마나 질풍에 질풍을 거듭한 시기였으면 '동물'이 되어 가는 단계를 '진화'라는 용어를 써서 설명했을까!)


4. '다시, 사람'이 된다는 희망 혹은 절망

1)"동물이 다른 애들이야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도 반겨줄 사람이 있지만 우리는 아니니까 있을 바짝 벌어야지." 돈을 뜯기고 맞는 일은 계속될 텐데... 거리낄 없는 들개의 모습으로 뭔가를 이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희한한 논리에 혹하는 마음이 생겼다.(184)

2) '다시 사람이 되면 그렇게 바보같이 살지는 않을 거야.'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던 그 집이 그리웠다. 그 초라한 울타리조차 울타리이긴 했다는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200, 201)

 


독단적 최종 리뷰 몇 마디


"왜 각기 다른 동물로 변할까요?"(173)


우리 집에 살던 아이가 갑자기 나와 다른 '종'이 되어 버린다면? 말도 마음도 눈빛도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동물화'된 아이들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왜 갑자기 그 '착하고 말 잘 듣던' 아이가 다른 종족으로 변해 버린 건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건 동물이 된 당사자(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되기 전에 왜 꼭 자신이 동물 시기를 겪어야만 하는지, 또 하필 해당 동물로 그 시기를 보내야만 하는지.


이 책은 우리 눈앞에 '동물'이라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가져다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어른들은 아이들의 '동물화'를 인정하고 수용하게끔 하고, 아이들 자신도 혼돈과 방황의 시기를, 곰곰이 내면으로 침잠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우리도 생각해 본다. 비단 이것이, 아이들, 열다섯만의 일일까?

당신은 어떤 동물이었을까, 아니 지금 우리는 어떤 동물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동물화를 만나게 될까?



이 책은 모든 열다섯을 위한 책이면서 분주한 성장통에 관한 깊은 사색이다. 동시에 마음속에 열다섯들을 품고 살아가는 열다섯 이상의 많은 이들에게도 위로와 안심을 주는 책이다.





표지 갈무리: yes24




(추신: '청소년 소설 덕후'의 기반을 닦고 있는 요즘이다. 오늘부터 청소년 소설 리뷰를 슬슬 시작해 보려 한다. 그 첫출발은 '열다섯에 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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