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책장봄먼지 Jan 27. 2024

검은손이 누르는 '좋아요'

'동의'는 무서운 일이다. 특히 '무심코' 행한 동의.


작년부터 나의 인스타 계정이 뚫렸는지 고수익을 창출해 주겠다는 사람들이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마구 누르고 다녔다. 평소 인스타를 방치해 두는 편이라 내 계정엔 '좋아요'가 거의 없었다. 고수익을 표방하는 계정들의 '좋아요'를 그냥 놔두었더니 어느 날, 게시물 하나에 갑자기 서른 개가 넘는 '좋아요'가 눌렸다. 


하.. 그런데...

감히 내 조카 사진 밑에까지 '난잡한 좋아요'를 누르고 갔다. 이번엔 수익 창출 정도가 아니다. 돈 버는 방법 알려 준다는 건 그나마 양반이었다. 이번엔 무슨 무슨 파트너를 구한다고, 내 입이, 내 글자가 더러워져 차마 이곳에 쓰지 못할 정도다. (할 일 참 '되게' 없는 사람들의 '더러운 좋아요'에 뭐라 할 말이 없다.)

이건 내 정보가 어디서 줄줄 새고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누구한테 물어보아야 하나. 지식인을 검색해야 하나 AI에게 물어야 하나.


인스타 내에서 먼저 해결해 보자. 우선 1차로, '좋아요'를 누르고 간 사람들의 계정을 차단했다. 한 사람씩 개별 프로필에 들어가 오른쪽 상단의 점 세 개 메뉴를 누른다. 그런 다음 아래와 같이 새 창이 뜨면 '차단'이나 '차단 및 신고'를 누르면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심쩍다. 다음 단계에 돌입해 본다. 바로 이것.

개인정보 포털 (privacy.go.kr)



개인정보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다. 하.. 그런데 여기서도 개인 정보에 동의를 해야 한다. 또 이렇게 '동의'의 늪에 빠지는 것인가. 동의를 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행히도 정보 보관 기간은 매우 짧다.



이메일 인증까지 하고 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최대 10개까지 입력할 수 있다. 확인해 보니,





털린 흔적은 없단다. 없다니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난감하다.  방식으로는 누가 내 정보를 도둑질해 갔는지 찾을 없는가 보다. 제삼자에게 동의한 것들이 날개가 되어 인스타의 '좋아요'를 공격하나 싶기도...



이번엔 같은 사이트의 다른 항목, '웹사이트 회원탈퇴'로 가 보았다.



또 동의와 인증 절차를 거치고 주민번호까지 입력한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확인!  


몇 개의 웹사이트를 탈퇴해 본다. (생각보다 내가 가입한 사이트의 개수가 적다. 뭔가 탈퇴를 하다 만 느낌. 아무래도 모바일로도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새해 들어 '내 방' 정리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온라인 방'을 놓치고 있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내가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 '(정보) 동의'에 관한 폐해가 내 '좋아요'를 좀먹고 있었다. 앞으로 2월 내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온라인 다이어트!



누가 도둑질했나 싶은 내 정보. 사실은 내가 정보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들어오란 얘긴 결코 아니었는데...) 무심코 '필수'가 아닌' 선택' 부분에 동의를 했을 수도 있다. 도둑은 내 안에, 곧 과거 내 '무심코' 안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부터 '동의'와의 전쟁이다! 되도록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하는 일을 줄이고 '필수'란에만 동의할 것, 그리고 몇십 년 동안 인터넷 바다를 유령처럼 유랑하고 있을 내 정보들을 파괴하기 위해 애쓸 것. (그리고 가입한 사이트들은 방치하지 말 것. 당장 내일부터 다시 인스타를 해야 하나?)



이제부터 '좋아요'는 착한 손이 누르는 '좋아요'만 환영할 테다.

검은손이 누르는 좋아요, 훠이 훠이~

작가의 이전글 누군가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 이게 맞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