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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an 27. 2024

검은손이 누르는 '좋아요'

'동의'는 무서운 일이다. 특히 '무심코' 행한 동의.


작년부터 나의 인스타 계정이 뚫렸는지 고수익을 창출해 주겠다는 사람들이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마구 누르고 다녔다. 평소 인스타를 방치해 두는 편이라 내 계정엔 '좋아요'가 거의 없었다. 고수익을 표방하는 계정들의 '좋아요'를 그냥 놔두었더니 어느 날, 게시물 하나에 갑자기 서른 개가 넘는 '좋아요'가 눌렸다. 


하.. 그런데...

감히 내 조카 사진 밑에까지 '난잡한 좋아요'를 누르고 갔다. 이번엔 수익 창출 정도가 아니다. 돈 버는 방법 알려 준다는 건 그나마 양반이었다. 이번엔 무슨 무슨 파트너를 구한다고, 내 입이, 내 글자가 더러워져 차마 이곳에 쓰지 못할 정도다. (할 일 참 '되게' 없는 사람들의 '더러운 좋아요'에 뭐라 할 말이 없다.)

이건 내 정보가 어디서 줄줄 새고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누구한테 물어보아야 하나. 지식인을 검색해야 하나 AI에게 물어야 하나.


인스타 내에서 먼저 해결해 보자. 우선 1차로, '좋아요'를 누르고 간 사람들의 계정을 차단했다. 한 사람씩 개별 프로필에 들어가 오른쪽 상단의 점 세 개 메뉴를 누른다. 그런 다음 아래와 같이 새 창이 뜨면 '차단'이나 '차단 및 신고'를 누르면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심쩍다. 다음 단계에 돌입해 본다. 바로 이것.

개인정보 포털 (privacy.go.kr)



개인정보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다. 하.. 그런데 여기서도 개인 정보에 동의를 해야 한다. 또 이렇게 '동의'의 늪에 빠지는 것인가. 동의를 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행히도 정보 보관 기간은 매우 짧다.



이메일 인증까지 하고 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최대 10개까지 입력할 수 있다. 확인해 보니,





털린 흔적은 없단다. 없다니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난감하다.  방식으로는 누가 내 정보를 도둑질해 갔는지 찾을 없는가 보다. 제삼자에게 동의한 것들이 날개가 되어 인스타의 '좋아요'를 공격하나 싶기도...



이번엔 같은 사이트의 다른 항목, '웹사이트 회원탈퇴'로 가 보았다.



또 동의와 인증 절차를 거치고 주민번호까지 입력한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확인!  


몇 개의 웹사이트를 탈퇴해 본다. (생각보다 내가 가입한 사이트의 개수가 적다. 뭔가 탈퇴를 하다 만 느낌. 아무래도 모바일로도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새해 들어 '내 방' 정리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온라인 방'을 놓치고 있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내가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 '(정보) 동의'에 관한 폐해가 내 '좋아요'를 좀먹고 있었다. 앞으로 2월 내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온라인 다이어트!



누가 도둑질했나 싶은 내 정보. 사실은 내가 정보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들어오란 얘긴 결코 아니었는데...) 무심코 '필수'가 아닌' 선택' 부분에 동의를 했을 수도 있다. 도둑은 내 안에, 곧 과거 내 '무심코' 안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부터 '동의'와의 전쟁이다! 되도록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하는 일을 줄이고 '필수'란에만 동의할 것, 그리고 몇십 년 동안 인터넷 바다를 유령처럼 유랑하고 있을 내 정보들을 파괴하기 위해 애쓸 것. (그리고 가입한 사이트들은 방치하지 말 것. 당장 내일부터 다시 인스타를 해야 하나?)



이제부터 '좋아요'는 착한 손이 누르는 '좋아요'만 환영할 테다.

검은손이 누르는 좋아요, 훠이 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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