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약 150명이 거주하는 안마도에 사슴 1,000여 마리(혹은 몇백 마리 추정)가 이 섬의 주인인 양 정착해 버렸다. 주객이 전도되어 섬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어떤 기사에는 '사슴의 눈을 믿지 마세요.'라는 타이틀이 올라왔다. 몇 년간 농사를 짓고도 제대로 수확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인터뷰도 있었다. 그래서 마침내 찾은 해법은,
'포획'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공식적으로 지자체에서 관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어쩌면 이 섬에는 안정과 평화가 찾아들 것이다, 물론 사슴의 평화는 빼고.
맞다. 적병이다. 백번 맞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저리 활개를 치는 사슴들은 몰아내야 할 적병이다. 전멸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체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 한편이 착잡할까. 이 기사를 접하며 묘하게 마음이 일렁이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주민분들도 분명 제대로 살아가야 한다. 백번이고 천번 그래야 한다.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지짐작도못 한다.
그런데 왜 마음 한 줄기가 스산한 걸까. 왜 자꾸 속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걸까.
사실 사슴을 안마도에 들여와 방목해 버린 것은 사람이었다고 한다(녹용 등의 사유). 사슴들이 노 젓고 배 타고 안마도로 스스로 찾아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물론 헤엄을 잘 치는 사슴들의 긴 행렬이 영상에 잡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1천 마리의 사슴 편만 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다. 하지만 이 기사도 주목해 보자.
퇴치하고 총기로 포획하는 일이 절대적인 해법일까. 상위 포식자 동물들을 복원하는 대신 우리가 상위 포식자 역할을 해야 하는 건가. 이 해법을 만들기 전에 혹시... 우리, 사슴한테 물어는 봤을까.
저기, 사슴 씨들, 포획 좀 해도 괜찮죠? 솔직히 해도 너무 하잖아요. 왜 이렇게 피해를 입혀요. 왜 이렇게 많아졌냐고요! 그물 쳐서 여러분 습격을 막느라 우리 섬은 그물섬이 다 되었다고요. 먹이 사슬이나 먹이그물에서 그물을 당하는 쪽은 그쪽이고, 그물을 쳐야 하는 쪽은 우리 인간이잖아요. 우린 꼭대기에 있어야 해요. 그게 세상 사는 이치입니다. 아무튼, 이걸로 사슴 씨들 의사를 물어보긴 본 겁니다. 좋게 좋게 해결합시다.
부득이한 방법을 택해야 할 때도 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쾌도난마, 즉 딱 끊어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끊어 낼 때 누군가는 피를 흘려야 할 수도 있다. 작은 희생쯤은 감수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해법을 찾았습니다!"
앵커의 활기찬 목소리가 맴돈다. 다만, 그것이 진짜 해법인지, 시원하게 웃으며 전해야 할 소식인지는,
약간 의구심이 든다.
나의 의구심은 끝끝내 내 책상 위, 이 브런치 모니터 화면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좀 그렇다.
고라니에 이어 이제 머잖아사슴까지 인간에게 유해동물이 되겠구나. 이러다 인간 빼고 모든 동물이 차차로 다 유해해지면 동물들이 우리를 외려 유해동물이라 여기지는 않을까. 물론 주민분들의 고통이 심하기에 함부로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송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