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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Feb 01. 2024

엄마는 좀비

엄마는 아기 같기도 하고, 좀비 같기도 하고, 그냥 엄마 같기도 했다.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엄마를 살포시 안았다.(157)


(스포 주의)



제목

엄마는 좀비



저자

차무진



콘셉트

좀비 바이러스의 침입을 '마음의 근원'과 연결하는 콘셉트



예상 주제

가족 해체 초읽기 중 바이러스라는 난관이 가져온 극적 봉합



상 독자


1. 핵심 독자: 가족 해체 과정 중에 있는 청소년 및 그의 가족들

2. 확대 독자: 가족을 위한 희생에 자신을 잃어버린 누군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김중혁 저 《좀비들,  김소연/윤혜숙/정명섭 저 《격리된 아이



해시태그

#좀비 #바이러스 #가족해체 #은둔형외톨이 #학교안갈래 #너도나도좀비



필사

그 일이 있고부터 녹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방에 틀어박혀 잠을 자거나 게임만 하고 지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서 엄마와 아빠의 속을 썩이고 싶었다. 그것은 두 사람에게 행사하는 녹현이만의 보이콧이었다.(21)

해결책이 '학교 안 가기'일 수밖에 없었던 녹현이의 눅눅한 하루하루는 참 서늘했겠다.


'보기만 해도 물어대는 엄마를 얌전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를 얌전하게 만들어 묶어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임할 때를 떠올려 보았다. 좀비 대처에 관해 떠오르는 게 별로 없었다.
'씨. 게임을 그렇게 했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되잖아.'
그러고 보면 게임이라는 것은 자극적으로 바쁘게 이동만 할 뿐 플레이어에게 조금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진 않다.(78)

안 그래도 혼자였는데 그나마 '엄마'였던 사람도 더는 '엄마'가 아니다. 녹현이 앞에 놓인 시간들은 자꾸만 녹록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엄마, 사랑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에에에엑."
"으아악."
엄마, 아니 좀비는 입에서 녹색 진액을 흘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으아악!'
오산이었다. 녹현이는 어쩔 수 없었다.
"엄마, 미안!"
검지와 중지로 엄마 두 눈을 깊숙이 푹 찔렀다. 같은 공격을 해도 여지없이 당하는 엄마는 역시 좀비일 뿐이었다. (90)

내가 알던 사람이 바이러스나 질환 등으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갈 때, 그 모습을 보는 우리는 어떤 마음의 표정을 지어야 할까.




독단적 최종 리뷰


좀비 엄마를 돌보는 아들의 고군분투기.


투박한 매력이 담긴 소설이다. 어쩔 수 없이 엄마를 향해 생존의 발차기(혹은 두 눈 찌르기)를 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유쾌하고도 짠하게 그려 낸다. 무엇보다도 '좀비'와 '엄마'를 연결 지었다는 점이 신선하고 재밌다.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라는 '나'의 고민은 '웃펐고', '이게 진정 엄마 맞나, 이대로 살아도 되나'라는 의문 앞에서는 '나'의 분투가 안쓰러웠다.


좀비가 되는 특수한 원인해법을 혼자 파헤치며 가족의 일상을 되돌리려 애쓰는 우리의 '녹현.' 이 소설은 녹현이네 가족의 성장 서사를 따뜻하고도 경쾌하게 묘사한. (제목 자체도 더할 나위 없었다.)


가족의 해체와 봉합 과정을 '좀비 바이러스'라는 특별한 사건으로 흥미롭게 보여 주는 《엄마는 좀비》


엄마의 희생과 아빠에 관한 오해 등이 '나'의 시선으로 서서히 해결의 입구에 들어설 때 즈음, 독자 역시 나의 가족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더불어 일상의 소중함까지 덤으로 수확하는 뜻밖의 아늑함도 누린다.



좀비가 되는 과정이 살짝 갑작스럽긴 하였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도 살아가다 갑자기 '내가 아닌 것 같은 나'로 살아갈 때가 있다. 그러니 이 점은 그렇게 이해해 보아도 좋겠다. 특히 이 소설에서 '좀비 바이러스'는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닌 것 같은 사람들, 자기를 잃어버리는 사람들 사이로 침투한다. 그러니 우리도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바이러스에 중독된지도 모르고 살아갈 수도.)



방심하면 누구든 '좀비'가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꾸역꾸역 삼켜 온 각자의 바이러스들.

이제는 "쿠에에에엑" 하며 토해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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