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기 같기도 하고, 좀비 같기도 하고, 그냥 엄마 같기도 했다.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엄마를 살포시 안았다.(157)
그 일이 있고부터 녹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방에 틀어박혀 잠을 자거나 게임만 하고 지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서 엄마와 아빠의 속을 썩이고 싶었다. 그것은 두 사람에게 행사하는 녹현이만의 보이콧이었다.(21)
'보기만 해도 물어대는 엄마를 얌전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를 얌전하게 만들어 묶어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임할 때를 떠올려 보았다. 좀비 대처에 관해 떠오르는 게 별로 없었다.
'씨. 게임을 그렇게 했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되잖아.'
그러고 보면 게임이라는 것은 자극적으로 바쁘게 이동만 할 뿐 플레이어에게 조금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진 않다.(78)
"....엄마, 사랑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에에에엑."
"으아악."
엄마, 아니 좀비는 입에서 녹색 진액을 흘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으아악!'
오산이었다. 녹현이는 어쩔 수 없었다.
"엄마, 미안!"
검지와 중지로 엄마 두 눈을 깊숙이 푹 찔렀다. 같은 공격을 해도 여지없이 당하는 엄마는 역시 좀비일 뿐이었다.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