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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Feb 06. 2024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를 읽고

나는 지오의 가방을 잡아끌고 말한다. 멀어지지 마, 라는 말 대신, "같이 가."라고.(38~39쪽)


(스포 주의)



제목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저자

이꽃님



콘셉트

1. 화상(火傷)과 계절을 연결하는 모티프

2.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설정

3. '혼자 걷는 길'이 알고 보니 '같이 걷는 길'




예상 주제

1. 소리가 멈춘 공간에서야 제대로 드러나는 '너의 표정'과 '나의 시간'들.

2. 폐쇄된 경계를 허무는 이웃의 연대와 사랑



상 독자

1. 핵심 독자: 소중한 대상을 상실한 후 다시 기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2. 확대 독자: 억울한 사연을 지닌 자들

3. 추천 독자: 비정형적인 가족 에서 살아가는 이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청력 모티프를 활용한 소설 《비스킷》(김선미 저),  '여름'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소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이희영 저)



해시태그

#여름한입 #외지인 #멀어지지마 #독심술 #화재 #새별이형 #남경사딸 #유도부 #고딩엄빠 #연대 #구호 #구원서사



필사

"멀어지지 마."

아, 뭐야+_+ 이거 하트 시그널인가?? 알고 보면 시그널이 아니라 실리에서 출발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지오'가 멀어지면 '유찬'의 세상은 소음에 휩싸이니까. 하지만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로 하자.

멀어지지 마, 라는 청소년들의 어휘에 나까지 '심쿵'했다. (우리도 아주 가끔은 살다가 이런 순간을 만난다. 세상의 소음이 불을 끄고 오직 '너'와 '나'만이 남는 순간.)


이상하다. 그저 그 애 이름을 들었을 뿐인데... 마치 쉬는 시간 종소리를 들은 아이처럼 달려 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다.(72)

아, 하트 시그널 맞나 봐 +_+ '쉬는 시간 종소리' 같은 사람이라니.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면 꽤 봄 같은 일일 것이다. 아니 봄 같고, 여름 같고, 가을 같고, 나아가 겨울 같고. 무튼 이것은 사계절 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사계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으니, '쉬는 시간 울리는 종소리'는 기적 같은 일이란 소리!


"찬이는 지한테 소중한 뭔가가 생기면 또 잃어버릴까 봐 무서운 기다. 근데 나는, 잃어버리든 빼앗기든 소중한 게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 잃어버리면 슬프겠지만 소중한 건 또 생기기 마련이다이가." (148)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지금 이것을 붙들어야만 한다'라는 강박이나, "어차피 오래 못 누리니 아예 처음부터 놓아 버리자'라는 자포자기보다는, '소중한 건 생기기 마련'이라는 따뜻한 체념과 일말의 기대가 아닐까.


확실한 건 더는 새별이 형의 불행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나에게 평안이 찾아왔으니까.(173)

다른 사람의 불행을 확인해야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비록 나에게 불행을 가져다준 사람이라 할지라도. 행복의 몫은 타인이 아닌 각자의 내면에서 배당되는 감정이니까.




독단적 최종 리뷰


제목을 보고선, '청량한 이야기'인가? 막연히 추측했는데 알고 보니 '뜨거운 이야기'였다.


역시 '플롯의 장인'이라는 명성 그대로 작가님의 의도와 플롯에 심장을 폭격당했다. 그렇다. 암흑 같은 '뜨거움'을 누군가 베어 물어 준다면 세상의 소음에 부대껴 절망하는 순간에도, 혹은 '너무 철저히 혼자'인 그 고립의 순간에도 우리는 한 걸음을, 그 뜨거운 암흑 밖으로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지오와 유찬이처럼) 우리가 서로의 그늘과 햇빛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이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동네 특유의 '유도부 프리패스' 설정은 고전적이면서도 신선하다. 동네 주민 모두가 조금씩 '화상'을 입으며 연대하고 구원하는 서사들 또한 '역시 인생의 해답은 사랑'이라는 뜨거움을 전한다. 굵직한 사건들 사이로 그 중간중간 피어나는 이 여름의 '꽁냥꽁냥'들은 두 청소년의 깊고 짙은 어둠과 아픔 속에서도 몽글몽글하기만 하다.


'지키는 것'은 몸(유도)보다 우선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소중한 것'은 딱 하나뿐도, 딱 한 번뿐도 아니라는 점.


그 '여름 한 입'을 베어 물고 나서 내가 깨닫게 된 이 '여름의 진실'이다.

여름이 문득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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