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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Feb 29. 2024

독서美

간결미, 감관미, 건축미, 고전미, 곡선미, 교양미, 균제미, 기계미, 기능미...


표준국어대사전(출처: 국립국어원 누리집)에다가 '아름다움'을 뜻풀이로 해서 찾아달라고 하면(또, 거기에 더해 음절 수는 3음절로 제한해 달라고 하면) 대략 68개의 단어를 찾아 준다. 이중 내게 있는 '미'는 무엇일까? 흠.. 눈을 씻고 손을 씻고 발을 씻고 찾아봐도 내 안에서 '아직' (혹은 남은 생애 전부를 다 합쳐도) '미'를 찾아내기란 참 힘들 듯하다.



독서는 섹시하다 독서에 푹 빠진 Z세대 │ 매거진한경 (hankyung.com)

독서는 너무 섹시하다! Z세대 독서 붐 - The PR 더피알 (the-pr.co.kr)


우연히 이 기사를 접했다. 어떤 '밈'이나 '숏츠'에 빠진 것이 아니고 푹 빠진 곳이 '하필' 독서라니! 살다 살다가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 싶은 반가운 마음이 들어 버선발로 뛰어나가 이 기사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글로벌 MZ 세대의 변모가 심상치 않단다. 실제로 sns(누리소통망)에서 영어 해시태그인 #Bookstagrammer, #book 관련 게시글은 각각 1923만, 6990만 개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책을 읽고 글의 내용과 감상을 공유하는 '책 문화'가 일종의 놀이로 자리를 잡으면서 실제 책 판매량과 독서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훈훈한 이야기이다.

또한 옛날 사람인 내게 익숙한 '신디 크로퍼드'의 따님 이야기도 기사에 등장한다. 크로퍼드의 딸 역시 모델이라는데 '카이아 거버'라는 그분이 독서 클럽을 개설하면서 대중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책은 항상 내 인생의 큰 사랑이었고, 독서는 너무 섹시하다.”


물론 이는 다른 나라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직 '책 읽기'가 '한국'이라는 나라까지 점령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



"쌤~ 쌤이 요즘 읽으신다는 책, 오늘 서점에서 저도 샀어요!"

지난 연말에 만나 용산 근처를 만 보 이상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내 옛 청소년 제자, 우리 안○. 스쳐 지나가듯 이야기한 책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그 녀석은, 나와의 만남 후 바로 서점에 갔다고 한다.

하나 더 놀란 사실은, 대표적인 MZ세대인 내 20대 청춘 제자가 나에게 적극 추천한 책. <<삶은 왜 의미 있는가>> 끝까지 잘 읽어 내느라 혼 좀 났다. 내 제자가 독서력이 풍부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상당히 어렵고 수준 높은 이런 책도 너끈히 소화해 낼 줄은, 솔직히, 미처 몰랐다. 독서의 마력을 이미 파악하는 듯한 내 멋진 제자! 역시 '청출어람람람'이다. 이것이 비단 내 MZ 제자만의 일일까?


단군 이래 최대 불황, 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출판계라 하지만 종이책을 넘기는 레트로 감성이 우리 MZ들의 뇌와 영혼을 깊이 일깨울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전에서 다시 '미(美)'들을 찾아본다. 검색 결과, '각선미', '관능미', '육체미', '인공미'와 같이 외적인 아름다움이나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들도 있다. 하지만 살면서 '그래도 한 번쯤' 이런 '미'에 ''쳐 보는 건 어떨까.


독서미(讀書美)


독서미를 지니면, <내용미, 독창미, 성격미, 성숙미, 소박미, 예술미, 완성미, 원숙미, 웅장미, 절대미> 등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각종 화려함들이 많고 각종 볼거리, 흥밋거리, 즐길 거리도 참 많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손길만큼 화사하고 아름다운 '미'는 없지 않을까.

단언컨대, 모 셀럽의 말대로, "독서는 섹시하다."

그리고 '독서미인'도 그 어떤 미인에 견줄 만하다.



자, 그럼 지금 당장, 좀 더 섹시해지러 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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