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위로일지'로
'책 빌리기 중독자'에 이어 나는 '목차 짜기 중독자'이기도 하다. 글이 되지 못하고 목차로만 남은 글들이 부지기수다. 이번에는 '위로'를 주제로 하여 글을 쓰고 싶었다. 가칭, 위로일지.
우선 이 일지는 나를 위로하려는 목적이 크다. 그 첫걸음으로 일단 브런치 매거진 혹은 연재 브런치북을 발행해 보려 한다.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만 하고 있다가 글자로도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아 차례(목차)를 한번 작성해 보았다. 아직 '중구난방, 좌충우돌, 우왕좌왕'의 마음이지만 일단 적어 두면 그것들이 하나씩 글로 발행되면서 저만의 길을 잘 찾아 나가리라 믿는다. (일단 목차부터 '낳고' 본다. 알아서 잘 크겠지, 뭐.)
<매거진 이름 후보>
1. 뻔하디뻔한 위로
2. 갖다 붙이면 다 위로
3. 자늑자늑한 위로
4. 자작자작(한) 위로 땔감들
5. 있었던 위로
6. 거기, 그리고 위로
...
아직 마땅한 제목을 찾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제목을 찾는 그 과정은 언제나 설렘 그 자체이다. 다음은 목차 후보들.
<목차 후보>
1. '멍'의 위로
여기서 '멍'은 우선 '멍하다(뜻: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의 '멍'을 의미한다. (속칭 '멍 때리다'의 '멍'이기도 하다.) 나에게 '멍'은 '자연'과 연결되는 '멍'인 경우가 많다. 햇빛멍, 감나무멍, 감꽃멍, 벌꿀멍, 직박구리멍, 목련멍, 고라니멍, 고양이멍, 강아지멍(멍멍!)... 혹은 시간대별로 나타나는 '새벽멍', 어둠멍'도 있고, 단순히 사물이 주는 '멍'도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멍'이 동형어(혹은 동음이의어)라는 점에 착안하여 '멍(심하게 맞거나 부딪쳐서 살갗 속에 퍼렇게 맺힌 피)'이 주는 의미도 함께 짚어 보려 한다.
2. '이어폰'의 위로
청력의 보호를 위해 작년에는 6개월 동안 이어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힘들었다. 중학생 때부터 이어폰을 귀에 늘 꽂고 다녔는데...) 이어폰을 거두니 일상의 소리와 세상의 소리가 참 잘 들렸다. 그렇긴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혹은 잠들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딱 10분, 이어폰을 끼고 '최애 음악'을 두세 곡 듣노라면... 캬... 말해 무엇하랴? 이건 어떤 음주가무보다도 자극적인 위로이자, 어떤 열반의 상태나 묵직한 수행 및 명상보다도 더 짙은 위로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3. 턴테이블의 위로
단순히 음악이 주는 위로에서 더 나아가 한 곡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LP의 위로를 보여 주려 한다. 20, 30년 전에는 집에 그냥 장식장처럼 존재했던 턴테이블이었다. 다소 '하찮게' 바라보았던 그것이, 지금은?
처분하더라도 턴테이블만은 그냥 둘걸, 아쉽고 아쉽다. 인프피(나는 '노답'이라는 성격 유형, MBTI의 INFP다.)의 감성을 최대로 자극하는 것이 바로, '레트로 감성', 그 가운데서도 '바이닐'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침에 일어나 동글동글 돌아가는 LP를 보면 그저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그야말로 '멍' 세상이다. 턴테이블과 LP는 세상으로 접속하기 전, 나의 스프링캠프가 되어 준다. 장바구니에 가득 담겨 세상 밖으로 비집고 나가려는 이 아이들의 아우성을 덧보태고도 싶다.
4. 독후감 노트의 위로
10년 전부터 독후감에 그야말로 '꽂혀서', 작은 노트에 표지를 오려 붙이고 제목과 감상을 적었다. 그러다 몇 개월, 나아가 몇 년이고 그것을 잊고 살다가 작년 12월, 다시 독후감 쓰기를 시작했다. 이는 순전히 예쁜 노트 덕분이다. (여기서 또 드러나는 '감성' 편애.) 자꾸 들춰 보고 싶어서 자꾸 독후감을 쓴다. 어떨 때 보면 내가 독후감을 쓰려고 책을 읽는 건지 책을 읽었으니까 독후감을 쓰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 정도로 독후감 노트는 내게 위로가 된다. '책' 모양의 그 노트를 곧 소개해 보려 한다.
5. 귀여움의 위로
'귀여움'은 내 삶의 아주 귀한 원동력이다. 내 삶에 행운 하나가 있다면 '귀여움'을 눈치챌 수 있는 감각을 조금이나마 연마하여 살아왔다는 것! 여기저기 놓인 귀여움들을 수집하여 '위로 리스트'에 편입해 보려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전에 내가 브런치 매거진 '그런데 자연은 그랑데'에 썼던 글 귀여운 행운 (brunch.co.kr)과 내용이 좀 겹칠 것 같아서 아직 고민 중이다.
6. '작가의 말'이 주는 위로
이 에피는 약간 비장의 무기(?) 같은 느낌으로 준비 중이다. (또또, 말만 번지르르한 봄봄...) 그간 '청소년 소설' 등에서 초반의 '작가 소개'나 맨 끝의 '작가의 말'에서 때아닌 감동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어느 경우엔 소설 내용보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더 진한 감동 한 사발을 급히 들이키며 두 눈을 찔금거릴 때도 있었다. 작가들이 본문에 다 담지 못했거나 부러 담지 않았던 그 이야기들이 주는 위로는, 꽤 단단하고 꽤 묵직했다. 그 위로를 브런치에도 같이 나누고 싶다.
7. 최종화의 위로
이 에피소드는 이전에 써 놓았던 것을 잘 다듬어서 다시 연재해 볼 생각~ (우려먹고 자기복제를 하겠다는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되둉합니다.)
8. 냉랭의 위로('단호박'의 위로)
지나친 감성파인 나와 달리 우리 집안 식구들은.. 전부 다 나 빼고 다 ISTJ... 이성형에다 계획형이다. 그러니 나의 '하는 짓'이 눈에 찰 리가 없다. 현실적이지도 않고 결과물이 딱히 보이지도 않는 '위로일지' 따위에나 골몰하는 나를 보면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나를 둘러싼 이들의 냉랭함, 혹은 '칼 같음(단호박)'을 존중하고, 때로는 존경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그 냉랭한 분석들이 나를 '감성 수렁', '불안 수렁'에서 건져 올린 일련의 사건들이 많았다. 그 이야기를 '위로'로 풀어내 보고자 한다.
9. 삭제의 위로(종료의 위로)
삭제는 자유다. '조회 수'의 함정에 빠져 온 가족에게 클릭을 요청하다 낭패를 크게 본 일이 있다. 좀 웃픈 이야기이긴 한데, 이를 '잊힐 권리' 및 '삭제의 자유'로 이렇게 저렇게 엮어 보려 한다. 잘 될까 모르겠다.
10. 돈의 위로
두말하기 입이 아픈 이것, 돈. 그것이 나를 어떻게 비틀고 뒤집으며 끝끝내 나를 위로하는지, 그것에 놀아나는 내 모습, 그리고 놀아나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위로' 차원에서 한번 탐색해 보려 한다.
11. 다음 신호가 주는 위로
다음 신호가 주는 위로 (brunch.co.kr) ... 2차 자기복제 예정;;
12. 손수 만든 것의 위로
손수 만든 것을 선물하는 마음 (brunch.co.kr) ... 3차 자기복제 확실시됨...
13. 혼자라는 위로: 혼자서도 잘 먹어요
14. 둘이어도 좋은 위로: 둘이서는 더 잘 먹죠
15.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들의 위로: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들이 갑자기 주는 위로.
16. 주름의 위로: 이것은 과연 위로인가 위로 코스프레인가.
17. 편견의 위로: 감성의 반전으로 다가오는 편견들이 때로는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18. 각종 스포츠 대회의 위로
19. 시큰둥의 위로
20. 복사기의 위로
21. 연필의 위로
22. 달밤의 체조가 주는 위로
23. 문구점의 위로
24. 기역니은디귿(시작)의 위로
25. 무작정 달리기의 위로
26. 왼손의 위로
27. 네모의 위로
.....
지금이야 생각도 많고 목차도 많긴 한데, 이것이 다 하나하나 글이 되어 줄지는 모르겠다.
그저 미래의 나에게 책임을 미뤄 보는 수밖에.
오늘의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위로일지를 쓰다가 '스트레스의 위로'라는 제목으로 또 글을 쓰게 되는 건 아닐는지?)
(출처: GDJ@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