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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Feb 08. 2024

손수 만든 것을 선물하는 마음

작은 선물이 주는 위로

친구 j가 작품을 건넸다. 한 땀 한 땀 정성의 바느질로 이룩한.

책갈피도 친구가 손수 코팅한 것

직접 만든 작품이다.

"자세히 보면 바느질 줄이 안 맞아."

대단한 것을, j는 가벼운 문장에 담아 건넨다. 조금 쑥스러운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이 더 오랜 잔상으로 내게 남았다.

"너, 차 마시는 거 좋아하잖아."

나는 아침마다 뜨거운 보리차를 마신다. 이 받침 위에 차를 올려놓고 문득 친구를 생각한다, 이런 시간까지 함께 선물해 준 친구를.



남사친 j도 선물을 주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이게 그 약속의 결과물이다.


"내가 종이로 차 접어 줄게."

"차? 그래!"

이번엔 마시는 차가 아니고 달리는 차다.

"아, 근데 지금 피아노 갈 시간이다. 피아노 다녀와서 내가 종이접기로 차 만들어 줄게."

"그래!"


그러고 나서 1시간 후 나는 남사친을 기다리는 일도, 종이접기도 다 잊고 어른들끼리 희희낙락거렸다.

"이모~~"

"어~~ 왔어? 피아노 재밌었어?"

"응~"

"이제 우리 식구는 집에 가야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모는 짐을 챙긴다. 돌아가기 위한 옷을 입는다.


"어, 잠깐만."

"응, 왜?"

"이모, 차 접어 줄게."

"차? 무슨?"

"차. 아까 접어 주기로 한 거. 잠깐만 기다려."

나는 늘 내 남사친이 하라는 대로만 한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온다.) 그래서 지금도 남사친 말을 따라 열심히 기다린다.


j는 기다리는 나를 위해 황급히 차를 접는다. 꼬물꼬물 손가락들이 움직인다. 평평했던 종이가 마침내 가로와 세로와 높이를 만나 입체감을 얻는다. 곧이어 j의 손에서 어엿한 차가 태어난다.


(차...라기보다는 좀 곤충 느낌이긴 하지만 우리 남사친님께서 '차'라고 하니까 '차'다.어디가 위고 아래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쌩쌩 달리는 그 어떤 차보다도 소중한 차다.)




무언가를 손수 만들어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을 두고 노력을 들이는 일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 손재주가 없는 나는 이런 선물이 황송하다. 그들의 손길이 닿았던 귀퉁이들을 매만져 본다. 귀퉁이마다 보이지 않는 정성이 숨어 있다.


그들이 시간을 두고 만든 선물이니만큼 나 역시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이것들을 바라보고 싶다. 그들이 건넨 작품도, 이 작품을 건넨 사람들도 아주 오래오래 사랑해 주고 싶다.


j와 j의 선물은 눈길이 닿는 곳에 두었다.

그곳에 시선이 닿을 때마다 나는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손수 만든 것을 건네는 마음은,

이렇게 늘 위로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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