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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Apr 08. 2024

저렇게나 치열한 자연인데


까치집을 노리는 자.

까마귀나 뱀도 까치의 천적일 수 있겠으나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다가온 그 침입자는 바로...


산속을 거니는데 무언가 나무를 오르는 물체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까치가 총총 올라가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평소에 보던 까치의 움직임은 아닌 듯했다. 뭔가 느낌이 달랐다. 그림자 색으로 나무 기둥을 오르던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청설모.


청설모가 무슨 일로 저리 급히 나무를 오르지? 위를 쳐다보니 꼭대기 부분에 까치집이 있다.


'아, 저걸 노리는구나!'


그 순간,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 청설모의 공격이 곧 시작될 분위기. 청설모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대체 까치는 어디 있는 거지?


짹. 그리고 찍.



어디선가 까치가 공중을 직선으로 가르며 청설모를 공격. 뒤통수를 얻어맞은 청설모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밀려난 거리만큼 더 달려들어 위로 위로 계속해서 오른다. 까치 역시 모든 것을 건다. 약 10m는 되어 보이는 위치에서 온몸을 날린다. 자신을 무기 삼아 청설모에게 온몸을 던지자 두 개의 덩어리가 쿵 소리까지 내며 바닥에 나뒹군다. 어? 둘 다 다쳤나?


함께 사력을 다해 낙하한 두 생명체는,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둘 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 그때, 어디선가 한 마리가 더 날아든다.


둥지에서 나온 것인지 다른 곳에서 날아든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등장이고 협공이다. 갑자기 2대 1의 싸움. 까치와 청설모의 사투가 이어진다. 어, 어?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지른다. 어!


포기를 모르는 청설모는 또다시 까치집을, 그 안에 있을 까치알을 노린다. 까치 두 마리는 계속해서 청설모를 날카로이 찍어 댄다. 청설모의 재빠른 비상도 가히 볼 만하다. 빈틈이 많은 공중에서 어찌나 잘 날아다니는지. 하지만 끝까지 끝을 보려던 청설모가 하는 수 없이 다음을 노리며 슬쩍 옆 나무로 물러가는..... 척을 하다가 다시 또 냉큼 달려든다. 아무리 상처 입어도 청설모, 그 녀석도 죽기 살기다. 이 자연에선 모두가 '죽기 살기'다.


청설모도 저렇게나 먹고살려고 다시 또다시...

까치도...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다.


갑자기 까치와 청설모를 보다가 내 모습을 떠올린다.

"인간인 나는.. 그간 얼마나 치열했지?"


내가 뭐라고 나태했을까. 도망가기 바빴을까.

생에 좀 더 호전적일 필요가 있지는 않았을까, 청설모처럼?

생에 좀 더 치열하게 방어적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까치들처럼?


우리 가족, 우리의 삶을 지키려면 까치들처럼.

내 먹이, 내 눈앞의 목표를 지키려면 때론 청설모처럼.

 

번쯤은 사력을 다해 까치와 저 청설모처럼.



나는 그 '한 번'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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