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칭찬이었다. 강사로서 교안을 개발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약간 더 경력이 있어 내 주도로 교안을 개발해야 했다. 그런데 정작 강의 시연을 해야 할 날이 다가오자 나는 꼭 초등, 아니 국민학교 새 학기 시절처럼 (마음을) 끙끙 앓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브런치에도 이미 언급했다시피) 다른 분이 일정상 시연을 하기로 하였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게 쾌재를 부를 일인가 싶긴 하지만.)
함께 교안을 개발한 강사님을 만나자마자그분은애쓰셨다며나를 칭찬해 주셨다. 이미 완성된 영상에 교안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진행된 터라 교안 구석구석에 억지로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여야 했다. 어찌 되었든 최선을 다했고 정말 내 영혼과 내 재능을 다 갈아 넣었다. 그걸 잘 알아주신 강사님 한 분께서,
"근데 그거 재능 낭비 아니에요. 흐흐."
나도 따라 웃었다. '재능'이라는 말로 칭찬을 해 주시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듣다 보니, 그리고 한참 후 그 말을 곱씹다 보니...
정말 나는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가?
나는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재능을 쏟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내가 그나마 칭찬을 받거나 인정을 받을 때는책 편집 일을 했을 때, 예전에 출판사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복지관에서 기안이나 결과보고서를 작성했을 때였다. 그리고 며칠 전과 같이 교안을 작성했을 때... 아주 아주 그나마 재능(이라고까지 할 것도 아닌 애매한 재능 한 줌이지만)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무언가를 끄적일 때뿐이었다.
게다가 프리랜서로 강사 일을 하는 내내 '그러면 안 된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였는데 며칠 전, 급기야 ai가 내 통화내용을 이렇게 요약해 주었다.
내 교수 방식을 지적하셨던 분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업무 칭찬에 관한 대화.
ai가 (간접적으로) 칭찬해 줄 정도로면 내년에는 정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매년 망설이다 이곳으로 어쩔 수 없이 돌아와 전전긍긍하며 억지로 강사 일을 하기보다, 재능 낭비 중이냐는 농담을 듣기보다, 무언가 다른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애매한 재능 한 줌을 이곳저곳으로 돌려막기, 아니 돌려쓰기하듯 산다. 본업은 잘 못하면서 직장에서 혹 글쓰기 관련 일을 맡기면 부캐인 글쟁이 일에는, 어쩐 일인지 매우 혈안이 된다. 반면 정작 내 글이나 내 책을 만드는 데는 소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