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볼트 콘센트 하나에 110 볼트 콘센트 하나. 아무리 오래된 아파트라지만 그렇게 선견지명이 없을 수가 있었을까. 110 볼트라니.. 방 하나에 콘센트 한 부분만 쓰자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영 불편하네."
이런 혼잣말을 4년째 하고 있던 나는 그날도 언제나처럼 3m짜리 기다란 멀티탭을 이리저리 옮기며 내 방을 떠돌았다. 머리를 말릴 때도 멀티탭을 끌어오고, 전기방석을 켤 때도 멀티탭으로 줄넘기를 하듯 춤을 췄다. (멀티탭을 아예 모서리 디자인으로 만들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110볼트는 전 주인이 막아 놓았다.)
그런데...
봄맞이 대청소 후 4년 만에 책장을 과감히 다른 벽면을 옮기고 나서 한숨 돌리며 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보니 못 보던 것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뭐야? 설마 콘센트???
내 방에 220 볼트짜리 콘센트가 두 군데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다.
이사 온 지 무려 4년 만!
이삿날 당일 은행 일로 내 방을 미처 돌보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이 그런 나를 대신하여 사전의 계획대로 책장을 미리 배치해 두었다. 내가 내 방에 들어섰을 때는 이삿짐센터에서 이미 내 책장에 책을 가득 채운 후였다.
4년 만에 보는 방구석의 콘센트.
낯설디낯설다. 가까이 두고도 몰랐고 옆에 있었지만 없는 듯 굴었다.
살면서 정말 '내가 다 안다', '내가 널 안다'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겠구나.콘센트 하나를 보면서 이런 사소한 진리 하나를 문득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