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을 할 때면 사전 테스트를 한다. 나는 'ppt 화면과 소리만 제대로 나오면 된다'는 주의다. 콧구멍에 콧물만 없으면 되지, 뭐, 하는 조금은 개방적(?)이고도 안일한 태도. 한마디로... 외모지상, 까지 진출하지 못하는 외모저상주의쯤??
그런데 그때 문득 훅 들어온 질문.
"선생님은 신경 안 쓰세요?"
"뭘...?"
나와 같은 수업을 하시는 다른 선생님은 카메라의 각도, 화면 공유 시의 위치, 아이들에게 보일 때의 시선 등도 고려하신다고 한다.
"와, 그 선생님은 전문적이시네요."
역시 프로는 디테일까지 다르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외모도 훌륭하시더니 카메라 각도까지? 나는 되는대로 사는 스타일이라 수업만 안 망치면 된다는 생각이다. 한 치 앞은 안 내다보는 스타일.
그런데 한편으로는 zoom 수업에서 그렇게까지? 상반신도 제대로 안 보일 텐데..?이런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내가 여태 하수인 것인가?)
꾸미기 레벨이 나와 비슷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 같은 사람만 있으면 미용실 다 망해."
일 년에 파마를 한 번 할 똥 말똥. 옷도 아주 큰 맘을 먹어야 장만. (아, 그렇지만 지구는 좋아하지 않을까?!하하;)
물론 한때는 나도 외모에 잠깐 신경을 썼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녔던 바람난 시절(대학1년생)도 있었고 남친을 만날 때면 높은 굽도 스스럼없이 신었다. 지금은? 딱 임용고사 수험생 때처럼 지낸다. '머리질끈녀', 혹은 '이따금 산발녀'로.
이런 외모가 이 지상에 머무르는 게 송구할 수도 있겠으나 이 '외모저상주의'는 좀체 바뀌지를 않는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이라는 어느 노랫말처럼 이게 다시 바뀌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요즘엔 혹 예의가 아니려나 싶어 수업 때만큼은 재킷이라도 챙겨 입고 간다. 이거면 충분하지 않겠냐는 자기 합리화에 시동을 건다.
그런데 신기하다. 언젠가부터 '나는 자연인이다' 콘셉트로 인생 태도 자체를 틀었더니 내 외모가 나한테만큼은 꽤 자연스러워졌다. 게다가 거울 속 내 모습...
절대 예뻐 보이지는 않는데,
결코 미칠 듯이 못생겨 보이지는 않는다.
외모는 저세상급이 아닌데..
외모저상주의로 자늑자늑 느릿느릿
생긴 대로 산다.
"선생님은 신경 안 쓰세요??"
"넵"
신경 안 쓰고도 내 외모는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