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방을 치우며 (방치해 두었던) 베란다를 오랜만에 치우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쉽게 가려고 했군...'
돌아가기 싫었고 내 지름길로 나를 몰아넣고 싶었는데 그런 것 따위는 좀체 보이지가 않았다. 연습 또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이 번거로웠고 그 과정 속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싫었다. 이걸 또 해야 해?
그런데 하나하나 물건을 정리하고 버릴 것을 버리며 봄맞이 마음 청소, 방 청소를 하다 보니..
"그래, 쉽게 갈 생각은 하지 말자!"
불현듯 이런 다짐이 일었다. 갑자기 어디서 불어온 다짐인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꼭 어렵게 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쉽게 갈 생각'만' 하는 것'만'은 지양하자는 말. 어느 날 짠! 하고 다른 내가 되어 과거의 나, 혹은 현재의 나를 구원해 주리라는 헛된 기대는 품지 말자는 말.
새로운 부침이나 어려운 도전 없이 '날로 먹으려는' 생각으로 나의 앞길을 편평히 펴고 싶었다. (나의 모자란 강사 실력이나 해야 할 편집 글 등을 밀쳐 둔 채로..) 그런데 나는 '날'로 먹으면 원래 '탈'이 잘 나는 몸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생선회나 초밥이나 육회는 절대 먹지 않는다. 평생 1~2회 먹어 보았는데 영 몸과 안 맞았다.)
익혀 먹어야, 푹 고아 먹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나의 진짜 실력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굽이진 곳을 흘러야 내 삶의 강산이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 것이다.
날로 먹으려다가는 또 한 번 탈이 나고 체기가 올라올지 모른다. 나에게는 지금 뜨끈하게 고아 내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이 글을 발행하자마자 또다시 치열한 연습과 지루한 삶 속으로 들어가야겠지.
쉽게 가려는 생각 말고
좀 돌아가더라도 천천히 돌다리를 두드리며 가자.
요행 따위에 내 하루의 운명을 맡기지는 말자.
월요일이라 이런 다짐과 결기로 브런치 글을 시작해 보는 아침이다.
<에필로그> 나: 엄마, 나 역대 대통령들이 나오는 꿈 꿨어. 엄마: 오천 원 있어? 나: 없어. 엄마: 자, 여기. 나: 고맙십니다. 다녀오겠습니다. (45개 숫자 가운데 6개만(?) 맞히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