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 그 의미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의미를 잠시 미뤄 두고, 혹은 밀어 두고 경포 아쿠아리움을 찾았다. 자연 다큐 비공식 전문가이자 섬에서 나고 자란 '섬사람' 전문가 우리 아버지의 제안이었다.
-춘천 말고 강릉으로 당일치기 가 보지 뭐.
섬에서 자유롭게 자라셔서 그럴까. 강릉 바다를 좋아하신다. 우리 어무니는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래서 급히 계획해 본 부모님과의 강릉 당일치기 여행.
쌍둥이 손자들은 자연 관련 궁금증이 폭발하면 할아버지에게 영상통화를 건다.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인 셈. 그런 분이 원하시는 강릉 여행 코스, 아쿠아리움. 사실 우리 가족 모두 아쿠아리움은 난생처음이다. (비교적 가까운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안 가 봤다.)
아쿠아리움을 돌아보며 아부지가 꺼내신 말.
-다 봤던 것들이야.
-정말요? 섬에서요?
-아니. 다큐멘터리에서.
그래서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셨던 우리 아부지. (물론 이름을 틀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ㅎ) 이렇게 희희낙락 즐겁게 사진을 찍고'와,신기하다'를연발하며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이 녀석과 그만 눈이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아,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 무슨 감정인지 논리적 설명이 불가한 눈빛. 그냥 눈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목구멍에서 이상한 것이 꿀럭거렸다. 혹은 덜컹덜컹이는 울컹거림. 목 끝에서 순간 차고 올라온 그 이물감은 금세 내 두 눈알까지 도착하고야 말았다.
비교적 좁은 수조에서 세 마리의 물범이 유영하고 있었다. 마치 김연아 선수가 2010 밴쿠버 올림픽 롱 프로그램에서 스파이럴을 할 때의 느낌이랄까... 물속에서 자유롭게 스케이팅을 하는 듯이, 혹은 황선우 선수나 김우민 선수가 물보라 일으키며 수영하듯이.
그런데 '하필' 눈이 마주쳐 버렸다.
녀석과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무언가 내게 말을 하려는 것만 같았지만 우리 사이엔 물이라는 장벽이, 혹은 인간과 동물이라는 경계의 벽이 가로막혀 있었다.
모르겠다. 그때 왜 나는 점박이 물범을 의인화해 버렸을까. (뭐가 찔렸을까. 너의 자유와 나의 호기심을 맞바꾼 대가를... 너는 그 안에 치르고 있는 것일까.)
난 물 밖에서 가고 싶을 때 가고 하고 싶을 때 한다.
넌 그 물 안에서.. 그물 안 같은 곳에서...가고 싶을 때 가지 아니하고 하고 싶을 때 무언가를 하지 아니한다. 아니 못 한다.
사실 녀석은 생각보다 나를 좀 오래 쳐다봤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스치듯 마주친 것이 아니라 꼭 작정하고 바라보듯 쳐다본 눈이라이 글을 쓰면서도 그 눈빛이 쉬이 잊히지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몇 초간의 일렁임이나 눈물 맺힘 따위는 잊고 우리는 구경을 아주 잘 마쳤다.심지어 뜻깊은 시간이었다.(첫아쿠아리움이었고 우리 아부지의 만족스러움까지 더해지며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이었다. 게다가 직원분이 친절하게도 내가 예약한 티켓값이 더 비쌀 거라며 '경로우대'를 적용한 현장구매로 변경해 주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