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진은 특별한 무언가를 담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순간들이 좀 더 대단하고 좀 더 자극적인 서사가 있어야만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다. '좋아요'를 부르는 사진이나 영상이어야만 내가 인생사진을 제대로 찍은 것으로, 아니 더 나아가 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으로 '인증'받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위와 같이 목숨을 내걸기도 한다, 단지 '인생사진' 하나를 건지겠다는 포부 하나로...
다들 저렇게 앞다투어 멋진 인생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생 사진 혹은 인생 영상을 찍는다. 그렇다면...
증명되지 않은 인생이나 인증받지 못한 인생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의 '인생사진'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도서관에 갔다가 도서관 안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도서관 앞마당 의자에서 가족들과 '미니 소풍'을 즐기고 돌아왔던 그때 그 사진.
내 방 창문 앞에서 감나무를 바라보며 계절이 지나가는 흔적들을 찍어 두었던 그때 그 사진.
강릉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자연 바람'의 도움으로 멋진 헤어를 완성했던 그때 그 사진(지진이 날 듯한 이 '정전기 머리'는 두고두고 우리 가족의 웃음 버튼이 되었다.)
난 목숨 걸고 인생사진을 만들지는 않았다. 때로는 시간이 만들어 주거나 자연이 만들어 주었다.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을 때 '인생사진'은 그렇게 뜻하지 않은 순간 찾아오곤 했다. 인생을 살다 보니 그게 인생이 되었고 그게 자연스레 '인생사진'이 되었던 것.
<인생사진>이라면 '인생'을 담아야 하는데 '사진'부터 담을 때가 더 많다.
사진이 더 먼저인지,
인생이 더 먼저인지,
'인생사진'을 찍기 전에 한 번쯤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다른) 인생사진을 찾으러 가기 전에,
(다른) 인생을 찾으러 가기 전에..
'여기 있는 나', '여기 있는 인생'도 꽤 괜찮은 인생,
꽤 멋진 구도의 '인생사진'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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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나는 카톡 프로필을 좀 더 그럴듯한 것으로 바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