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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Oct 08. 2024

독립, 아니 독립출판물 준비에 브레이크

사이트에 파일을 올리고 두근두근 가제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문자가 온다.


표지, 내지 모두 재단선이 붙어 있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표지 데이터에도 도련 작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재단 여분(확대가 아닌 연장하여 작업) 추가해 주십시오. 재업로드 부탁드립니다.


어이쿠. 시간도 없는데 실수를 했다. 편집해야 할 파일을 붙들며 살 때는 이런 문자를 받을 일이 없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작업을 하다 보니 실수가 나온다. 그리고 그게 실수인지도 모른다. (너무 오랜만에 만들었더니 완전 우당탕퉁탕이다. 뭔 소리인지 문자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는 것은 안 비밀.)


한마디로 여분을 두지 않고 파일을 보낸 것. 재단선, 즉 여분을 주지 않으면 표지 그림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고 표지 위치가 밀려서 엉뚱하게 재단될 수도 있다. (표지에 하얀 선이 드러날 수도...) 내지도 마찬가지다.


비포 앤 애프터 재단선을 비교해 보자면,


이렇게 어리바리한데도 독립출판물을 만든다. 문득 지난해 이맘때쯤 쭈뼛거리는 마음으로 독립출판물 축제(서울 퍼블리셔스 북페어 2023)에 참가했을 때가 떠오른다.


나의 책과  타인의 책들이 펼쳐진 탁자에서 낯선 사람들과 몇 시간가량을 부대낀다. INFP 성향 가운데 하나가 '힉힉호모리(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적이 있다. 그런 내가 낯선 사람들의 질문을 받는다. 지나치다 우리 테이블에 멈춰 선 사람들에게 어색한 웃음(+입꼬리 떨림 추가)지으이런저런 책을 소개한다. (종종 책 소개를 못 하여 손님을 놓치기도 한다.) 어떻게 하루 이틀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수강생 여럿이 시간을 나누어 매대를 지키는 거라 정작 내가 서 있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조금 힘이 든다. 게다가 손님이 적으니 두 다리는 아프고 시간은 더디 간다.



그런데도 올해 또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책 팔려고? 아니. 그저 참가 자체가 내겐 도전이다. 굳이 가려는 이유는.. 글쎄...  그냥 그 분위기가 좋다. 책들과 책의 팬 상품들(굿즈)이 가득 놓인 곳에서 자신의 글을,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들으러, 혹은 담으려 온다. 책들이 있는  곳이라 좋고 책들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경이롭다.' 경이로울만치 나에게 평온을 주고 즐거움을 준다.


그렇게,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으러 '집순이'이자 '아웃사이더'인 내가 독립출판물을 또 준비해 본다.



아, 참참참!!


이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재단선 바꾼 파일을 재업로드해야겠다!

매번 실수투성이, 덤벙투성이.


그래도 책투성이인 곳에 갈 생각으로, 이따금 내 마음이 잠시 '구름'이 된다. 맑은 날 잘 보이는 새털구름, 뭉게구름처럼.



자, 여하튼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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