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내지 모두 재단선이 붙어 있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표지 데이터에도 도련 작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재단 여분(확대가 아닌 연장하여 작업) 추가해 주십시오. 재업로드 부탁드립니다.
어이쿠. 시간도 없는데 실수를 했다. 편집해야 할 파일을 붙들며 살 때는 이런 문자를 받을 일이 없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작업을 하다 보니 실수가 나온다. 그리고 그게 실수인지도 모른다. (너무 오랜만에 만들었더니 완전 우당탕퉁탕이다. 뭔 소리인지 문자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는 것은 안 비밀.)
한마디로 여분을 두지 않고 파일을 보낸 것. 재단선, 즉 여분을 주지 않으면 표지 그림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고 표지 위치가 밀려서 엉뚱하게 재단될 수도 있다. (표지에 하얀 선이 드러날 수도...)내지도 마찬가지다.
비포 앤 애프터 재단선을 비교해보자면,
이렇게 어리바리한데도 독립출판물을 만든다. 문득 지난해 이맘때쯤 쭈뼛거리는 마음으로 독립출판물 축제(서울 퍼블리셔스 북페어 2023)에 참가했을 때가 떠오른다.
나의 책과 타인의 책들이 펼쳐진 탁자에서 낯선 사람들과 몇 시간가량을 부대낀다. INFP 성향 가운데 하나가 '힉힉호모리(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적이 있다. 그런 내가 낯선 사람들의 질문을 받는다. 지나치다 우리 테이블에 멈춰 선 사람들에게 어색한 웃음(+입꼬리 떨림 추가)을 지으며 이런저런 책을 소개한다. (종종 책 소개를 못 하여 손님을 놓치기도 한다.) 어떻게 하루 이틀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수강생 여럿이 시간을 나누어 매대를 지키는 거라 정작 내가 서 있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조금 힘이 든다. 게다가 손님이 적으니 두 다리는 아프고 시간은 더디 간다.
그런데도 올해 또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책 팔려고? 아니. 그저 참가 자체가 내겐 도전이다. 굳이 가려는 이유는.. 글쎄... 그냥 그 분위기가 좋다. 책들과 책의 팬 상품들(굿즈)이 가득 놓인 곳에서 자신의 글을,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들으러, 혹은 담으려 온다. 책들이 있는 곳이라 좋고 책들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경이롭다.' 경이로울만치 나에게 평온을 주고 즐거움을 준다.
그렇게,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으러 '집순이'이자 '아웃사이더'인 내가 독립출판물을 또 준비해 본다.
아, 참참참!!
이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재단선 바꾼 파일을 재업로드해야겠다!
매번 실수투성이, 덤벙투성이.
그래도 책투성이인 곳에 갈 생각으로, 이따금 내 마음이 잠시 '구름'이 된다. 맑은 날 잘 보이는 새털구름, 뭉게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