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망설임
-시간이 없는데 에피소드를 추가한다고? 써 뒀긴 하고?
-아니요.
-그럼 어쩌려고?
-그냥 지금 쓰려고요.
-왜?
-아... <2인 이상> 이 단어가 자꾸 맴돌아서요. 찍어 놓은 사진도 문득 떠올랐고요.
-지금 자네는 노래 제목은 떠올랐는데 아직 곡은 쓰지 않았어요, 라는 것과 마찬가지군.
-아하하. 그렇긴 하죠. 목차에 이 문장을 꼭 집어넣고 싶어요.
-확신은 있나?
-이것으로 이야기 하나가 나올 것 같거든요. 제 안에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주인님: 오늘 내로 쓸 수 있겠나? 인쇄 일정이 빠듯해.
글쓰기 자아: 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죠!
주인님: 다음 주에 내다 팔 거라면서 언제 다시 써서 그걸 또 새로 만드누...
글쓰기 자아: 해 봐야죠. 할 수 있을 겁니다!
주인님: 글이 포부만으로 되나... 뭐, 그래. 행운을 비네.
글쓰기 자아: 컨펌받으러 왔습니다.
주인님: 그래, 다 썼나?
글쓰기 자아: 쓰긴 다 썼습죠.
주인님: 흠... 내용은 좀.. 형편이.. 없지만 그래도 분량은 나쁘지 않으니 그래, 그냥 추가하도록!
글쓰기 자아: 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거 들고 편집자 자아를 찾아가 봐. 아마 녀석은 지금 가제본 살펴보느라 바쁠 거야. 어제는 종이 결이 잘못된 것 같다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더구먼.
글쓰기 자아: 아, 그렇군요. 네! 가 보겠습니다.
글쓰기 자아: 무슨 일이야, 편집자?
편집자 자아: 망했어, 망했어.
글쓰기 자아: 왜왜?
편집자 자아: 아니, 판권지를 아예 까맣게 잊고 있었어.
글쓰기 자아: 그게 뭐야?
편집자 자아: 이런 걸 말해.
글쓰기 자아: 그게, 왜?그거 없으면 안 돼?
편집자 자아: 아니 남 말이라고 쉽게 하네. 그게 있어야 언제 발행한 책인지, 누가 펴냈고 편집했는지도 알 수 있지. 기본적인 정보인데... 게다가 거기에 독자에게 공지할 말들도 간략하게나마 넣을 수 있고.
글쓰기 자아: 아, 그런 거야?
편집자 자아: 앗. '일러두기'를 쓰려고 했었는데 그것도 잊고 있었네. 가제본 안 뽑았으면 큰일 날 뻔. 근데 넌 또 무슨 일인데? 여긴 왜 왔어?
글쓰기 자아: 자, 이거. 부탁 좀 해. 내가 에피소드를 좀 써 봤어. 그냥 뒤에서 세 번째쯤엔가, 거기에 슬쩍 추가만 해 줘. 별일은 아니야. 그리고 내가 가제본 확인해 보니까 쓸데없는 여백이 많더라. 그 여백도 좀 없애 주고. 오타 난 부분 꽤 있더라. 내가 가제본에 일일이 다 표시해 놨어. 얼마 안 돼. 180쪽이니까, 뭐 할 만하겠지? 아, 참. 여백에는 쪽번호 안 들어가게 깔끔히 처리해 주는 것도 잊지 말고!
편집자 자아: 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