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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Nov 05. 2024

까치 스토킹

까치야, 김~치, 아니 까~치~~ 해 봐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는 새가 까치다. 그러다 보니 까치를 본의 아니게 자주 관찰한다. 까치가 무엇을 먹으려 하는지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무엇을 노리려(?) 하는지 어떻게 날아가려 하는지 등을 무심코 습득한다. 그거 아는가? 인간도 앉고 눕는 게 편하듯 까치도 나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훨씬 편하다, 아니 편해 보인다. (몇몇 까치는 뒷짐 지고 느긋하게 팔자걸음을 을 더 즐긴. 물론 정말 그런지는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그저 내 '뇌피셜'이다.)


어느 날 휴대폰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내가 그간 꽤 오랫동안 까치를 '스토킹'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만난 까치들을 소개해 보려 다. 물론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보편적'인 까치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만난 '개별적'이고도 '구체적'인 까치 1, 2, 3 등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을 내 머릿속 갤러리에서 꺼내 여러분에게도 공개해 본다.



1. 산 중턱을 좋아하는 까치

이 까치는 특히 CCTV가 있는 기다란 막대 위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를 좋아한다. 이곳에서 늘 마주치는 까치가 늘 같은 까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갈 때마다 꼭 그 자리에서 천하를 내려다본다. 땅에 가까이 있는 것보다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까치. '뷰맛집'에서 사는 까치라 할 수 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 중턱
가을에도 산 중턱

이들 덕분에 아주 그럴듯한 사진이 탄생했다. 지금도 위의 사진은 나의 카톡 프로필이다. 순간 포착의 짜릿함을 느꼈던 사진이었다. (까치, 땡큐!)




2. 집 짓기에 진심인 까치

여름 그리고 겨울


그동안 찍은 까치집들이다. 까치집은 단독 주택이 많은 편이지만 드문드문 공동 주택도 눈에 띈다.



까치집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의미가 여러 개다.



헝클어진 머리를 까치집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뜻풀이에는 완전히 동의하진 못하겠다. 까치집은 단순히 헝클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단단하게 얼기설기 얽혔다. 까치집을 논할 때 밍 jammning 현상을 거론한다. 까치집에 들어간 건축 기술 '재밍'은 '나뭇가지가 계속 쌓이며 서로 얽히다가 점점 움직이지 않게 되는 기술'이라고 한다.


가우디도 놀랄 까치집의 과학

https://naver.me/G2UW3MjP

까치집은 과학에 기반한 정교한 건축물 - 어린이동아

https://naver.me/IIteaU60


어쩜 저렇게 비바람이 불어도 까치집이 그대로지? 경이로운 눈빛으로 까치들을 존경하곤 했는데 그게 다 '까치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특히 위의 사진을 주목해 보시기를. 도심을 꿰뚫는 곳에 거주하는 까치들이 지은 집이다. 1년 넘게 관찰하였는데 무수한 비바람에도 무사히 살아남았다. (실거주자가 까치임을 육안으로 확인도 하였다.) 실제로 보면 그냥 까치집 수준이 아니다. 엄청나게 몸집이 커서 처음 목격했을 땐 대체 저곳에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매우 의아했다. 까치집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직접 목격하고 싶으신 분은 1호선 신길역을 방문해 보시기를. 그곳에 가면 무지막지한 크기의 까치집이 두 채나 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작년 겨울부터 까치 두 마리 이상이 그곳에 살고 있다. 5호선 환승 통로와 가까운 곳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멋진 까치집을 나 혼자만 구경하는 듯하다. 사람들은 '하늘을 쳐다볼 틈'보다는 '휴대폰을 들여다볼 틈'이 더 많다. 그럴 때면 무언가 마음이 아쉽다. 누구에게라도 가서 먼저 말을 걸고, 저기요, 저 '까치집' 좀 한번 구경해 보실래요? 저렇게나 큼지막해요, 놀랍지 않나요? 믿기세요? 저게 까치가 지은 집일 거라고요! 대단하지 않나요? 이렇게 말해 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3. 사람들이 앉았다 가는 벤치를 노리는 까치

가만히 관찰해 보니 사람들이 들고 난 자리마다 찾아가는 까치 녀석이 있었다. 누군가 부스러기 하나라도 남기면 그것을 주워 먹으려는 심산인 듯했다. 우리 세 식구는 망설였다. 과자 부스러기라도 두고 가야 하나? 과자 주면 안 되지 않나? 아차차, 그러고 보니 오늘 과자를 챙겨 오지도 않았구나. 주려고 해도 줄 게 없었던 거다. 무언가 모르게 까치에게 급히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애벌레나 곤충을 잡아다 줄 수는 없잖니?




4. 패싸움 중인 까치

실제 목격담이다. 인간 패싸움은 못 봤는데 까치 패싸움은 봤다. 아니 인간들 바로 앞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내려오는 아파트 지상 주차장 입구에서 녀석들이 여봐란듯이 패싸움 중이었다.


저렇게 인간 눈치도 안 보고 대범하게 싸울 정도면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거다. 나는 밑에 깔려서 맞고 있는 까치를 구하려 "야, 그만해! 안 돼! 안 돼!" 하고 외쳐 보았다.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반응이 없기에 까치 주변으로 가서 발을 동동 굴렀다. 패는 놈들은 인간의 제지에 살짝 눈치를 보는 듯하다가 또다시 녀석에게 달려들어 하던 작업을 마저 하려 든다. 휴우... 역시 말을 안 듣는 건 인간이나 새나 마찬가지다. (나는 아주 작은 새인 쇠박새가 상대의 새를 거의 죽일 듯이 공격하는 것도 목격한 적이 있다. 새들, 귀엽고 예쁘다고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싸움'이 개싸움보다 더 무섭더라, 완전 인간 저리 가라, 다.)


새들의 세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항상 나긋나긋하고 좋은 것만 골라서 목격할 수는 없다. 그래도 새들의 세상이 대체로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앗, 그러고 보니 새들도 요즘 인간 세상을 보며 그렇게 느끼겠는걸? 심히 부끄럽구먼;;


(이 부분은 아쉽게도 증거 사진이 없다. 동영상을 찍어는 두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이 밖에도 많은 까치를 만났다. 까마귀와 맞서 싸우는 까치, 청설모에게서 까치알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는 까치 부부, 초록불이 되자 횡단보도로 천천히 길을 건너는 까치(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유유히 지나가길래 내가 얼른 뛰어오라고 살뜰히 조언해 주었다. 물론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히 차들이 까치를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감나무 나뭇잎 사이사이에 숨어 감을 까먹는 까치, 여치를 입에 물고 '어디 가서 혼자 조용히 식사를 즐겨 볼까나' 고민 중이던 까치 등등.

https://brunch.co.kr/@springpage/393



이 모든 까치는 사실 누구나 볼 수 있다. 어딜 가든 거기 있다, 당신 곁에!

당신이 스치는 옷깃 옆자리, 혹은 당신이 올려다본 하늘의 윗자락, 혹은 당신이 무심결에 지나친 도로 맞은편 나뭇가지의 사이사이...


가끔은 모니터 화면에서 잠깐만 눈을 돌려도,

이따금 어딘가를 걷겠다고 작정하기만 하여도,

나는, 당신은, 우리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까치 스토킹,

이는... 자연을 잠시 올려다보기만 하여도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다.


그 기쁨을 누구에게라도 나누고 싶다. 이 '중독된 기쁨'을 당신과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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