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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Oct 29. 2024

인삼이 왔어요~ 인심이 왔어요~

가을이 왔어요~

가을을 건너뛰기하는 계절 속에서도 인삼 소식이 들려온다.


자연이 보내 준 귀한 결실, 인삼.


엄마 친구분의 동생께서 인삼 농사를 지으신다. 금산 출신인 엄마와 엄마 친구분은 인삼을 드셔서인지 평소에도 기초 체력이 꽤 좋으시다. 인삼 깎는 일에도 달인이고 인삼차를 만드는 일에도 장인급이다.



총 세 묶음을 주문하여 한 상자는 평소 명절마다 온갖 과일, 우족, 한우 등으로 나를 챙겨 주시는 대표님께 보내 드렸다. (나를 제자로, 글 친구로, 옛 편집자 직원으로 아껴 주신다.) 한 상자는 사랑하는 큰아버지께, 나머지 한 상자는 우리 가족 몸보신용으로 챙겨 두었다.



올해 인삼은 작년에 캐려다가 1년 묵힌 인삼이라 했다. 5년 된 인삼이라 좋을 거라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올겨울 나의 목과 몸과 을 따뜻하게 데워 줄 인삼. 자연은 이렇게 우리를 소리 없이 지켜 준다.

자기 멋대로 자랐는지 모양은 좀 제각각이었지만 받아 보신 분들이 인삼이 좋다고 흡족해하시니 나 역시 안심이다. 그런데...



<근데 이제 더는 인삼 안 심는대.>



엄마의 통화를 엿듣는다. 엄마를 통해 인삼을 주문했던 동네 아주머니와 사촌 동생에게 내년의 인삼 소식을 미리 알리는 엄마다.


 이런 귀한 인삼을 더는 못 본다니... 이제 인삼 농사를 안 지으신다니...


그간 인삼으로 인심을 나누고 고마움을 전달했는데 이젠 어렵게 됐다. 인삼 농사가 워낙 힘들어 주변에서도 인삼 농사를 말린다고 한다. 고구마는 그저 땅에 뿌리면 잘도 알아서 자라는데 인삼 농사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물론 고구마 농사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삼에 비하면 던져 놓는 대로 쑥쑥 자라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배추와 값이 비싸져서 다음 해에는 배추나 농사, 그리고 고구마 농사에 주력을 보실 요량이라고 하신다.



그간 따듯한 인삼을 잘 길러 보내 주신 정성을 기억하며, 얼굴도 모르는  농부님의 농사가 부디 앞으로도 풍성한 수확을 맺길 바란다... (그.. 그런데 인삼 농사 정말 그만두시나요?)



자연에서 왔고, 인간의 섬세한 손을 거쳐 더 착실히 살이 오른 인삼. 인삼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뭔가 향긋한데 다가가 보면 정말 알싸한 향이 난다. 생각보다 쓰지만 먹다 보면 꽤 귀한 약이 된다. 미삼(인삼의 잔뿌리)의 그 잔가지들은 그냥 간식으로 집어먹어도 좋다. (미삼은 쓴맛이 그래도 덜하다.) 인삼 축제에서는 인삼을 튀김으로도 판매하는데, 인삼의 변화무쌍한 변신은 한겨울, 꿀과의 조합에서도 살뜰히 드러난다. 꿀인삼차. 이만한 겨울 대비도 없다.


몸이 찬 편이라 인삼이 얼추 잘 맞는다. 종종 지인께 인삼을 챙겨 드리는데 지인께서도 인삼 덕분에, 그리고 인삼을 보내 준 인심 덕분에 늦가을과 초겨울이 따뜻했다고 하신다.



그랬던 인삼이 간다.

이제 나의 몸... 어디 가서 세상의 추위를 녹일까?

그리고 나의 안부... 내년에는 인삼 대신 어떤 인심으로 안부를 전해야 할까.


인삼이 있어, 그리고 인삼 농사를 늘 지어 주시는 분이 계셔 알게 모르게 든든했는데,

이제는 다른 인삼 루트를,

아니 다른 인심 루트를 찾아야 하는 걸까..?



내일은 인심 좋은 인삼을 떠올리며,

인삼차 한 잔을 가족들과 진하게 마셔야겠다.

5년 전 금산 시장에서 만난 인삼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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