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되는 주문』을 읽고
진실이 궁금하기보다는, 영영 모르고 싶다는 게 게 서아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알지 못하는 것에는 고민도 책임도 필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외면하는 데는 변명이 필요했다. (129)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어. 과장이라고 생각했지. (...) 그렇게나 대단한 선택이라면, 마주치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도 믿었어. 내가 제대로 된 방향을 골랐는지 아닌지 의심할 필요조차 없이 분명할 거라고. 아니더라. 세상에는 종착역에 가까워지고서야 표를 잘못 끊었다는 걸 깨닫는 문제가 있는 거야.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었고 돈도 바닥난 탓에 돌아갈 표를 구할 수가 없는 거지. 나는 이제 7학년인데. 이룬 것도 없고 너무 지쳐 버렸는데."
서아는 (이선의 말에)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119~120)
서아는 쓸모, 라는 말이 싫었다. 2학년 말부터는 더 그랬다. 초라해지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어디든 쓰일 구석을 찾아 들어가는데, 자신만 덩그러니 남은 기분이 들어서. 지금은 처지가 나아졌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이게 다 운이라는 생각을 하면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75)
서아의 심장에는 항상 돈을 앞세우는 마음과 그 바깥을 꿈꾸는 마음이 함께 붙어 굴러다녔고, 만약 둘 중 하나를 없애야 한다면 꿈이 먼저 사라질 터였다. 그래서 서아가 느끼는 최선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간직하는 게 됐다. (...) 여유가 생기면 꿈 한 조각을 꺼내 볼 수 있도록. (99)
'왜 이딴 곳이 존재하는 거야?'라고 묻는 일은 순진하다. 제도권 안에서 정형화된 행복을 학습했을 뿐인데, 그것이 뾰족하게 돌아와 아이들을 겨눌 때에는 좀처럼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이 거대한 학교는 우리 사회 그 자체나 다름없으니까. 현실은 언제나 소설에 앞서니까. (첫 번째 리뷰, 작가 윤혜은,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