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주간인데 겹경사가 터진다. 첫눈이 내린다. 그것도 '존재감 뿜뿜' 첫눈이. 그런데 사정없이 내린다. (그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겠다는 듯 쏟아진다.)어제는 걱정의 부피가 팽팽했었다. 눈이 많이 오면 무얼 신고 가지, 무얼 타고 가지, 추위 속에서 어디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가야 하지 등등. 그런데... 오잉?
수업이 연기되었다. (수업이 연기된 줄도 모르고 '덤벙'을 발휘하며 직장에 갈 준비를 했던 거였다.) 아무튼 갑자기 첫눈을 볼, 만날, 즐길 시간이 생겨 버렸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아무래도 '눈을 뚫고'보다는 '눈을 보고'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눈이든 비든 창문 안쪽이 조금 더 따뜻하다 보니...
아침부터 우리 집에서는 셔터 소리와 감탄 소리가 가득 찬다.
"첫눈이 이렇게까지 온다고?"
에계, 하던 지난 첫눈들과는 사뭇 다르다. 11월 치고도 역대급 첫눈이라는 뉴스가 뜬다. 겨울 노래를 문득 듣고 싶은 순간이다. 눈 내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동네 친구들의 채팅방도 분주하다.
"버스 타고 가다 봤는데, 어느 환경공무원분이 조몰락조몰락 눈을 모으더라? 그러더니 맘에 안 드는지 휙 던지고 가 버리더라고. 그런데 그분이 떠나간 자리, 그 담장 위를 보니까 너무 귀여운 눈사람이..."
친구가 급히 찍어 보내 준 사진을 보니 '미니 눈사람'이다. 눈 치우느라 힘드셨을 텐데도 '눈사람 미니미'를 만들며 첫눈을 오롯이, 제대로 만났을 그분의 순수. 그 순수를 건너 건너 전해 듣는데 기분이 첫눈처럼 하얘진다.
그런 첫눈이 아직도 제법 내린다.
누군가에게는 이 첫눈이 휴식 같은 눈이고,
무언가에게는 하얀 지붕이 되어 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때다, 싶은 먹방 타이밍이 되기도 하고,
눈 맞은 감이 더 맛있을까?
그리고 다시 또 누군가에게는 무겁고 고단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부디,
이 첫눈이 많은 이를 하얗게 씻어 주고 채워 주고 깨워 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의 안전한 귀갓길에 '첫눈 플레이리스트'가 차분히 울려 퍼지기를 바라며, 나도 '첫눈 노래'를 검색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