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일지 04

한번 알아봐

by 봄책장봄먼지

"한번 알아봐."



사실 무섭다, 이 말. 편집 일을 하기 전에도, 그 이후에도, 아니 어느 직장에서도 나는 그랬다. 드라마 속 사람들은 나와 달랐다. 드라마, 특히 막장 드라마의 비서나 심부름센터 직원들은 상사나 돈을 주는 의뢰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보를 알아내곤 했다.


"알아봤나?"

"네. 알아봤습니다."


오잉? 벌써? 왜들 그리 능력자들이신지? 게다가 드라마 속에서 일단 '한번 알아본' 그 정보는 신속한 데다 치밀할 정도로 정확하기까지 하다.


정식으로 출판사가 차려지기 전부터 스피치아카데미를 운영하셨던 출판사 대표님은 스피치 교재도 직접 만드셨는데, 언젠가 한번은 나에게 교정 교열 부탁하신 적이 있다.

"교재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한번 알아봐 주라."


알아봐, 로 시작한 그 부탁을 듣고 저작권 개념조차 잘 모르던 나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우선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저작권 소멸 기점도 물어봤다. 저작권자 사후 70년까지라는데 이는 2013년부터 변경된 사항이란다. (그 전에는 50년이었다. 그래서 1963년 이전에 죽은 사람들의 작품은 저작권이 소멸이었다고 한다. 정확한 날짜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편집자가 되고 싶다면서 저작권에 관한 개념이나 사례들을 잘 몰랐다. 지금도 나는 관련 책을 빌려보면서 공부를 하는 중이다. (여전히 아리송하다.)


우리 출판사의 두 번째 책이 될 청소년 작가님의 책을 작업할 때도 나는 저작권을 고려해야 했다. 작가님 글이 아닌 다른 사람의 수기를 소개할 때에는 요약 및 각색해 표현하도록 권해 드렸다. 또한 법률이나 통계 등은 법령정보센터나 해당 기사를 소개하여 작품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기사의 출처 표기는 《우리는 차별을 찬성합니다》라는 책에서 출처 방식을 참고했다. 그리고 참고한 뉴스는 기사의 제목, 기사 발행일, 기자 이름 등을 병기했다


확실히 편집자는 작가님의 원고로 성장한다.


정확한 출처 탐색 및 표기 작업 등 교열 작업을 하다 보면 익히 알고 있던 내 부족함이 더 깊이 마이너스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마이너스 더하기 마이너스가 아니다.

(-) +(-)= (-)

어쩌면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다.

(-) ×(-)= (+)


마이너스끼리 곱하면 플러스가 되고, 이 플러스는 '폭발적인 플러스 지식'이 된다.


'한번 알아봐'의 과정은 길고 오래고 때로는 고되고, 아주 가끔씩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하지만 언제든 나의 결론은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이다.


과정은 중간중간 달콤한 희열을 주지만 대체로 쓰다. 그래도 나는 간다. '한번 알아봐'의 길이 깊고 험준할지라도 그 험준함 뒤에는 기가 막힌 풍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 삶의 마이너스들은 분명 이 모자란 편집자를 풍요로운 플러스로 채워줄 것이다.


그러니 지레 포기하는 일 따위 더는 없어야겠다.

내일도 뭐든 한 번 더 알아봐야겠다.

골치가 또 아프겠지만 한번 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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