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일지 08

본심은 딴 곳에?

by 봄책장봄먼지

이거 한번 들어 보슈. 내가 후원해 드리이다.



동생은 내게 책방 창업과 관련된 링크를 꾸준히 보내온다. 난 준비된 책방 주인이 전혀 아니지만 막연한 꿈을 ‘막연’ 쪽에만 계속 머물게 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자본은 ‘아직아직’이지만 꿈은 계속 무르익는다.


그런데 편집일지를 쓰다 말고 왜 갑자기 책방 얘기?

나조차 편집자 얘기를 하다 말고 책방으로 내 이야기가 건너갈 줄 몰랐다. 아마 내 안에 나도 모르게 그리고 있던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조각조각의 꿈을 이어 붙이기 위해 지난 1월 26일, 설 연휴 끝 무렵, 나는 망원동 이후북스를 찾았다.


이후북스 책방 주인이신 황부농 님과 상냥이 님은 이후북스의 탄생배경에서부터 망원동으로 이전해 오기까지의 과정, 자본의 투입과 산출이 어느 지점에서 순이익이 나기 시작했는지, 책방의 운영 방식은 어떠한지, 좋은 위치 선정이 왜 중요한지, 홍보나 협업 등의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지니고 계신지 등을 소개해 주셨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준비’가 되면 될수록 좋다는 부분과 이후북스가 자체 출판 브랜드 ‘이후진프레스’를 내어놓았다는 점이었다.


독립출판물과 독립출판작가들에 초점을 둔 이후북스는 책 판매뿐 아니라 작가 발굴 및 협업도 진행하면서 자체 출판사도 설립했다. 서귤 작가님의 '고양이의 크기'나 강민선 작가님의 '상호대차', 원도 작가님의 '경찰관 속으로', 이내 작가님의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등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다수 출간했다. 나에겐 이 출판브랜드의 탄생과 행보가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책방에다 내가 하고 싶은 출판사라니! 게다가 지역사회와 밀접한 스킨십으로 ‘함께 사는 공동체’를 구축하시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인다. 나는 부끄럽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증(1급이라고 굳이 자랑)도 있는데, 청소년방과후교실 지도교사를 3년 넘게 했던 터라 청소년복지에도 관심이 좀 있다. 아직 구상도 제대로 안 해 놓았지만 지역청소년과 상생하는 독립책방, 독립출판사도 막연히 꿈꿔 본다.

(책방 하면 돈이 나오나 뭐가 나오나, 세상은 내게 묻지만, 돈은 안 나와도 꿈은 나온다, 라고 답하고 싶다. 우리 아가들, 우리 청소년들의 꿈이 거기서 자라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 아, 참 그리고 물론 책방에서 돈도 나오게 하긴 해야겠지만요.)


아무튼 나도 책방 꾸리기에 꿈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이후북스의 행적이 관심이 간다. 단순히 책을 파는 것뿐 아니라 ‘책을 만든다’라니!!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든다니!


나는 그 '함께 책 만들기’에 내 꿈의 방점 하나를 찍고 싶다.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같이’는 또 다른 매력과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기성출판도 충분히 멋있고 대단하지만 a부터 z까지, ㄱ부터 ㅎ까지 책의 모든 것을 다 뜯어내 소화하고 싶은 나는, 책을 짓고 책을 만드는 사람이 꼭 되고만 싶다.


내가 써도 좋고 당신이 써도 좋다. 내 목소리가 작아도, 당신 목소리가 조금 작아도 좋다. 나는 작은 세상에서 비집고 나오려는 결코 작지 않은 당신들의, 누군가의 이야기를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결국 ‘책’이라는 물성화된 매체로 만들어 내고 싶다. 그 책을, 그 ‘당신’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솔솔 부는 따뜻한 세상 바람을 당신에게 쐬어 주고 싶다.(이제 1미터 걸어 놓고 너무 거창했나 싶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까, 뭐;;)


유통이고 마케팅이고 아직 1도 모른다. 앞으로 알 수 있을지도 미지수.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편집 일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겠다. 앞으로 좋은 글을 '만나고 만들고' 싶고, 좋은 작가님들을 '만나고 만들어 드리고도' 싶다.


책 제목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전우익 지음, 현우사, 1993)’라는 책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작가를 꿈꾸지만 나 같은 꿈을 지닌 다른 작가님들의 원고를 반짝반짝 빛이 나고 윤이 나게 해 드리고 싶다. 혼자 저만치 앞서가는 줄 착각하는 삶 말고, 둘이 노닥노닥 속닥속닥 책장 넘기며 천천히 같이 걷는 삶도 꽤 즐거울 듯하다.

그러려면?


오늘 내가 해야 할 원고에 먼저 눈독을 들여야겠지.


오늘도 나는 어느 작가님이 써 놓은 그 거리, 그 자리에서 즐겁게 헤매는 중이다. 헤매다 도착한 곳이 나만의 책방일지, 나만의 출판사일지, 책임편집 김 아무개일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계속 헤매며 나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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