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일지 13

편집자는 늘 왕초보마케터

by 봄책장봄먼지

저자와 독자는 어떻게 만나면 좋을까?


이런 고민을 거듭하다가 출판사 마케팅의 하나로 브런치를 기획한 적이 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출판마케팅 수업을 들은 후, 거기서 배운 내용을 한번 적용해 보자 싶었다. 흔히 책을 출간하면 '1:다'의 저자 강연이나 북토크를 기획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조금 색다르게 소수의 독자와 밀접한 거리에서 한 끼를 나누는 이벤트는 어떨까? 독자와 부담없이 만나고 싶었다. (알라딘에서 일하신다는 선생님이 가르쳐 준 마케팅 방법인데, 그 선생님께서는 경제서적을 낸 저자와 독자 두 분을 모시고 한정식 집에서 맛 좋은 음식과 맛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다.)


그래, 벤치마킹해 보는 거야!


대표님께 건의를 해 보니 단번에 오케이! 그래서 출판사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 님들은 오늘 하루, 어떤 한 컷을 남기셨나요?

여기, 여러분에게 '고소하고도 달콤한 브런치 한 컷'을 남겨 드리려는 라라♪가 있습니다.

◯◯♪와 '브런치 수다 한 컷' 만들어 보시겠어요?


♪_브런치 일시: ◯월 ◯일(토) 오전 11시 10분 ~ 오후 1시 30분

♪_브런치 장소: ◯◯역 ◯◯스퀘어 지하 1층 ◯◯ 스테이크 및 1층 아◯◯(하단의 지도 참조, 향후 변경 가능성 있음.)

♪_브런치 참가 자격: 작가 '김◯◯'가 궁금하신 분 누구나!!

♪_브런치 인원: 딱 5명!(밀도 있는 대화 가능)

♪_수다 참가비:무료

♪_수다 절차:

1. 브런치 함께 맛있게 먹기

2. 둘러앉아 차 마시기

3. 저자에게 사인 받기

4. 소박한 사은품 증정


편집자, 무조건 독자에게 친한 척을 하고 본다. 우리 출판사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 설령 출판사의 독자가 몇 없다 해도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은 무조건 예비 독자님들이라 생각하고 들이댄다.



라라브런치♪ 이벤트를 신청하시려면?


♪_브런치 수다 참여 방법: 댓글 혹은 비밀 댓글로 자기만의 신청 사연을 간략히 남겨 주세요.

♪_수다 참가자 선정 방법: 향후 추첨 후 당첨자를 개별 댓글로 알려 드립니다.

♪_수다 인원 마감 기한: 2019년 일(일) 밤 12시

♪_수다 위원 발표: 2019년 6월 24일(월) 낮 12시

※ 향후 '라라의 숲' 블로그에 '◯◯브런치 이벤트'와 관련된 사진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익명 처리(예쁜 캐릭터 얼굴 처리)를 해 드립니다.



취지와 향후 계획도 거창하게 발표하고 모객에 나섰다. 최대 5명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마당발 대표님이신데도 지역이 멀다는 이유, 당일 시간이 안 되는 이유 등으로 오실 수 있는 분이 적었다. '향후 추첨' 따위는 필요도 없었다. 무조건 와 주신다면 '성은이 망극'해야 했다. 우리는 최종 두 분을 모시고 아기자기 옹기종기 브런치 시간을 마련했다.


브런치 장소를 미리 탐색하려고 일부러 나의 개인 약속을 그곳으로 잡았다. 친구와 만날 때도 나의 청소년들을 만날 때도 그곳에서 밥을 먹고 그곳에서 차를 마셨다. 브런치 당일에는 1시간 먼저 와서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리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책 이야기를 나눴다. 초밀착 거리에서 음식도 나누고 작가님의 삶도, 독자님의 삶도 나눴다.


브런치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블로그에 사전 공지한 대로 소박한 선물, 손선풍기를 나눠 드렸다. 거기에 더해 감사한 마음도 바리바리 싸 드렸다. 와 주신 발걸음이 어찌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편집자가 달랑 한 곳인 출판사는 '앉아서 글자만 고치는 팔자 편한 편집자 자리'는 포기해야 한다.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녀야 한다. 어떻게 해야 마음을 얻고, 사람을 얻을까 고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서툴다 보니 난 처음부터 좌충우돌이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뭐가 맞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대표님이 거의 마케터 수준이시고 난 대표님이 물어다 주시는 일감을 요리조리 편집한다. 그래도 마케팅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열심히 배워야 할 분야인 듯하다.)


그래도 작년에는 출판사 블로그라도 열심히 관리했었는데..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를 방치한다. 내가 홍보 글을 안 올리니 출판사 블로그가 휑하다. 서로이웃을 신청한 사람들도 많은데도 손을 놓고 있다. 이 편집일지를 쓰면서 '다시 열심히'의 마음이 가다듬어 본다. 나아가 출판사 블로그도 다시 시동을 걸어 보려 한다.



나는 매일매일 글을 써서 그것이 책이 된 경험이 있다. 출판사 블로그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잊지 않고 들르고 들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우리 출판사를 기웃거려 주시는 독자님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달랑 독자님 두 분과 대표님, 나. 이렇게 넷이서만 저자 이벤트를 시작했지만, 출판사에서 한 권, 두 권 좋은 책이 더 나오다 보면 나중엔 열 분과도 브런치를 거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마케팅을 글로만 배워 갈 길이 구 만 리인 편집자지만, 이 갓난쟁이 편집자, 아니 갓난쟁이 마케터,


언젠가는 독자님들이 먼저 나서서 출간일을 기다려 주는 출판사,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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