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사는 삶

나_시선과 질문 5

by 봄플

나로 사는 삶


질문 앞에 머무는 태도

진짜 존재로 산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감각과 예술적 언어로 내면과 합의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다. 그 반복 속에서만 고유한 리듬이 시작된다. 세상의 흐름과 어긋난 감각이 속삭이고, 그 속삭임을 따라 걸으려 할 때마다 묻게 된다. 지금의 선택이 타인의 기대를 따른 결과는 아닌지, 살아가기 위한 감각과 예술적 언어가 내면과 합의하고 있는지.


여백 위에 선을 긋는 일

스케치를 시작하기 전, 연필을 쥔 손끝에 머뭇거림이 맺힌다. 삶이라는 여백 위에 선을 긋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질문하는 일이다.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어떤 결을 따라갈 것인가. 때로는 굵직하게 덧입히기보다, 세필붓으로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이 진실하다는 감각이 안에서 속삭인다. 방향이 잡히기 전에는 형태도 없고, 감각이 움직이기 전에는 완성도 없다. 조용한 직감이 흐름을 이끈다. 아무것도 확실히 그려지지 않았음에도, 삶은 어느새 제 나름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정해진 밑그림 없이 시작된 하루는 붓끝의 흔들림처럼 불안정하고, 선택한 선조차 의심하게 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방향을 제시하고, 익숙한 색을 고르라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한 길, 검증된 방식, 이정표로 덧칠된 성공의 형태가 반복된다. 얼마나 자연스레 걸을 수 있는지보다, 얼마나 빠르게 도달하는지가 중요해지는 구조 속에서, 가끔은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색해진다.

어떤 삶은 질문으로 시작되며, 어떤 질문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진짜 존재로 살아가는 삶은 매 순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며, 질문은 감각과 언어, 예술적 리듬 속에서 내면과 합의되어야만 비로소 삶의 형태를 갖기 시작한다.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결과가 아니라, 도달할 수 없더라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내면의 문장이 있다는 것, 그것이 삶의 태도일 수 있다는 믿음은 언제나 낯설고도 익숙하게 되살아난다.

한밤의 어둠 속에서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비치는 불빛, 손끝에 스미는 바람의 온도, 비가 내린 뒤 골목길에 퍼지는 흙냄새 같은 것들이 삶을 설명해주진 않지만, 문득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예술은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온다. 명확하지 않고, 설명되지 않지만, 되려 그 흐릿함이 가장 정직하게 다가오는 방식으로.

말로는 잡히지 않는 감정의 기척, 단어로 바꾸기 어려운 이미지의 겹침 속에서, 존재는 자신을 회복한다. 누구의 말도, 어떤 기준도 닿지 않는 자리에서. 그것은 장르가 아니라 상태이며, 표현이 아니라 태도이다.

진실한 삶이란 어쩌면, 계속해서 표현하고, 실패하고, 다시 감각하며, 언어로 만들 수 없는 것들을 품은 채 살아가는 일. 망설임과 응시를 반복하며 감각과 언어로 내면의 방향을 좁혀가는 일이다.


미완의 상태에서 이어지는 대화

질문은 언어가 닿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시선 아래서도 스스로의 선을 흐리지 않고, 그 감각의 떨림 안에서 삶은 진실에 가까워진다. 삶은 늘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고, 완성되지 않았기에 지속된다. 미완의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데 있을지 모른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아니라, 미완의 상태에서조차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 태도. 그러다 보면, 모든 선택이 옳지 않더라도, 모든 방향이 진실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 안에서 흐르는 내면의 대화는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순간이 온다. 확신은 없지만, 감각은 남아 있고, 감각은 언어로 바꾸기 전에 이미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질문의 대답을 믿고 나아가는 일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정직한 선택일 수 있다면, 진실은 언제나 그렇게 사소한 결심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실한 삶은 증명되지 않아도 되고, 보이지 않아도 되며, 그저 그 안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의미가 된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관과 감정의 흐름 속에서 조율해 가려는 질문하는 태도 안에서, 비로소 고유한 존재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의미는 설명이 아니라 감각이며,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질문이 반복되는 동안, 삶은 계속된다.


질문은 끝나지 않았고,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2025.05 작성

쉬어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조금씩,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이 글이 그 길 위에 놓인 조용한 쉼표 하나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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