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

나_시선과 질문 4

by 봄플

정말, 나


진짜 나를 선택하는 용기

사람들은 종종 ‘진짜다’라는 말을 가볍게 꺼낸다. 나답게 살아야 하고,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야 하며, 고유한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말들 속에서 숨이 막히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지금의 모습이 거짓인 것처럼, 살아온 날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왔다고 믿었다. 다만 문제는, ‘답게’라는 말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타인의 시선으로 포장되었다는 데 있었다. 사회가 원하는 능력 있는 에이스, 팀에서 필요한 실무자, 생계를 위해 안정적으로 일하는 직장인. 모두 감당해야 했던 현실의 얼굴이었고, 동시에 점점 본래의 자아를 뒤로 미루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역할과 진심 사이의 거리

한때, 지금도, 사업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기획하고 전략을 짜며, 새로운 판을 설계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 남들이 보기엔 성장해 보이고, 똑똑해 보이며, 그럴듯해 보이는 역할이다. 이상하게도 점점 말라갔다. 말하는 단어에 생기가 없었고, 성과를 이야기할수록 마음은 멀어졌다.

직업이 뭐냐라는 질문에는 항상 사무직이라고 답했다. 그러다, 그 질문에 하고 싶었던 일은 브랜딩이라는 사실을 천천히 인정하게 되었다. 처음엔 속으로, 그리고 아주 조금씩 밖으로.

어떤 이들은 브랜딩을 단지 마케팅의 기술로만 받아들였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두고 왜 다른 걸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질문에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방향은 오래전부터 향하고 있었고, 감각은 일시적인 욕망이 아니었다.

방향을 선택한다는 건 언제나 결정과 책임이 함께 오는 결정이다.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감춘 것을 드러내고, 외면했던 것을 마주하기로 결심한 순간, 걸맞은 근거와 태도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단순히 하고 싶은 걸 하는 것과는 다르다. 삶을 이루는 방향이 되기 위해선, 꾸준함과 내면의 준비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동안 써온 에세이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회사의 일처럼 명확한 결과가 있지도 않았고, 누군가 평가해 주는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유로웠다. 말의 리듬을 고르고, 사유의 깊이를 조율하며, 감정이 아닌 감각으로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은 마치 자신을 회복시키는 내밀함이 있다.

사람들은 자아를 드러내는 것이 용기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용기는 단지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 더 깊은 차원에서, 책임 있게 살아내는 자율적 결단에서 비롯된다. 어떤 자리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흔들릴 수 있지만 돌아올 기준을 세우는 자세, 기준을 지키기 위해 단련해 가는 시간. 이 모든 것이 용기를 이룬다.


계속되는 선택

선택한 삶은 항상 안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주 불안정하고, 가끔은 외롭다. 특히 현실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생계라는 단어 앞에서, 사람은 너무 쉽게 타협하게 된다. 여전히 마찬가지다. 원하는 방향은 분명 브랜딩과 콘텐츠 개발 쪽에 있는데, 생계는 지금의 조직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스스로를 연습한다. 퇴근 후의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고, 틈틈이 브랜딩 방법을 찾고 에세이를 쓴다. 언젠가 시간이 온전히 파도처럼 덮힐 수 있기를 바라며.

숨기기보다 드러내는 게 더 자연스러웠다. 본능적으로 그러했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진심을 믿고 싶었고, 조용히 감각을 정리하며 방향을 설정하는 방식에 익숙했다.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되었다. 드러낸다는 건 바깥을 향한 노출이자, 스스로에게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자신다움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상적이거나 환영받는 모습보다, 어느 순간에도 기준을 잃지 않고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자신을 살아내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중심이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기준이 있다면,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계속되기 때문에 유효하다.

오늘도 다시 선택한다.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정해진 언어에서 조금씩 비껴서며, 나로 있을 수 있는 문장을 짓고 있다.

조용히 다음 문장을 다듬고 있다.


질문은 끝나지 않았고,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2025.05 작성

쉬어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조금씩,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이 글이 그 길 위에 놓인 조용한 쉼표 하나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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