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했던 것들

나_다시 만나다3

by 봄플

아침의 선언

커피의 온기가 손끝에 전해지는 순간, 창밖으로 펼쳐진 일상의 풍경을 바라보며 어떤 명확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언제부터인가 매일 반복되던 이 시간이 단순한 일과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가늠하는 의식처럼 다가왔고, 그 순간 "이제 그만두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

이것은 포기를 의미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과 감정과 시간이 만들어낸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자신만의 독립된 영역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맞춰 살아가던 방식을 멈추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는 출발점이었다.

그날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 무료로 나눠주던 생각들에 가격표를 붙이고, 목소리에 상품명을 달고, 경험들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를 전자책이라 부르기도 하고 오디오북이라 명명하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자신과의 재회"라고 조용히 말했다.


두려움 너머의 발견

처음에는 당연히 무서웠다. 지금까지 일기처럼 써온 글들이 정말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들이 다른 사람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첫 번째 독자의 댓글을 읽는 순간, "당신의 글이 제게 용기를 주었어요"라는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불안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걸어야 할 길이라는 것을, 지금까지 준비해 온 모든 과정이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 그림을 그리던 시절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큐레이터에게 연락을 받아 작품이 전시를 돌기 시작했을 때, 기쁨보다는 오히려 더 큰 욕심과 불안이 찾아왔었다. 가능성이 보이니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었고, 생계의 압박은 여전했으며, 결국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패턴의 인식

지금도 그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시 그런 상황이 반복될까 봐, 안정된 직장에 매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환희와 슬픔의 패턴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환희는 자신이 자신답게 기능하고 있다는 순간에 찾아온다. 혼자서 깊이 몰입하거나, 생각이 글로 정확히 구현될 때, 누군가에게 통찰을 제공했을 때 발생하는 순수한 기쁨이다. 반면 슬픔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좋은 선택을 했는데 결과가 따르지 않을 때,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외부의 피드백을 받을 때 찾아온다.

요약하자면, 자기 존재가 맥락 속에서 살아있을 때 환희가 오고, 맥락 없이 기능만 요구될 때 슬픔이 찾아오는 구조다. 이 패턴을 이해하고 나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


맥락 속에서 살아가기

버려야 했던 것들은 결국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던 방식이었다. 안전하지만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선택들, 당장은 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혼을 소모시키는 타협들, 겉으로는 합리적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도피에 가까운 결정들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목소리로 쓴 글이 누군가에게 도달하는 순간, 경험이 의미로 전환되는 순간, 개인적인 성찰이 보편적인 통찰로 확장되는 순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독립이고,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알고 있다.

두려움은 여전하지만, 이제 그 두려움조차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자연스러운 동반자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2025년 안정을 추구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그때, 언젠가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마침내 "이제 그만두자"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세월이 흘러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에도 그 결심의 여파가 삶의 방향을 이끌어가고 있다. 버려야 했던 것들을 뒤로하고,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향해 걸어간다.


질문은 끝나지 않았고,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2025.07 작성

쉬어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조금씩,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이 글이 그 길 위에 놓인 조용한 쉼표 하나가 되었기를



이전 22화자유 이후 달라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