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키스

by 봄남

축제가 다가오고 학교는 활기를 띄었다. 재현은 여전히 알바를 하고 있었지만 에너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레아를 보는 날이면 이상하게 잠을 덜 잔 날이라도 괴력을 발휘했다.


그에게 사랑은 레아가 처음이었다. 달콤한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숱하게 보아왔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차마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은 일을 통해 만나는 아줌마 아저씨들 뿐이었고 매일이 바쁜 생활이었다.


그런데 그는 새삼 자신의 품속에 안겨 있는 레아를 보고 감격했다. 축제의 분위기를 탄 듯 괜히 흥분하는 학생들 틈 사이에서 재현과 레아는 손을 잡고 모든 캠퍼스를 활보했다. 그때 이미 캠퍼스 내에 재현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재현의 외모로 인기가 치솟았던 것만큼 레아에 대한 질투 섞인 험담도 즐비했다.


“얘들아!”


진성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레아의 기쁜 비명 소리 때문에 재현이 깜짝 놀라 거북이 목이 껍질 안에 들어가는 것처럼 웅크렸다. 진성이 입고 있던 옷은 더 이상 추리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왁스로 힘을 주어 위로 솟아 있었고, 어느 여자라도 좋아할 멋있는 ‘남자 친구룩’을 입고 있었다.


“어머! 진성 오빠! 무슨 일이야? 이제 더 이상 실연 당한 남자 콘셉트는 아닌 거야?”


레아가 높은 톤으로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진성은 재현과 레아를 번갈아 보다가 다짐을 한 듯 말했다.


“뭐. 음. 주하는 여기 없고. 난 여기 있고. 여기는 학교고 난 학생이고, 학생이라면… 공부나 해야지.”


진성의 장난기 가득한 무표정을 본 재현과 레아는 ‘웬일 이래.’라는 듯한 익살스러운 표정을 서로에게 지어 보였다.


축제는 며칠 째 계속되었고 밤늦게 까지 캠퍼스 안은 시끄러웠다. 간간히 다소 흥분한 진성과 동아리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밤이 되자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여학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재현의 얼굴을 힐끗 보는 것이 느껴진 레아는 그의 팔을 그녀의 가슴팍으로 더 세게 잡아당겼다.


재현의 얼굴을 보자기로 가려서 묶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한 듯 아리땁게 차려입은 여자 두 명이 맥주병을 들고 재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들이 대화를 시작하자 레아는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들의 끝날 듯 끝나지 않은 대화를 기다려 주느라 레아는 있지도 않은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그녀의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혐오의 신호를 보냈다. 심기가 불편한 레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현은 그들과 평온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녀가 ‘그 쓸데없는 대화는 여기서 끝내는 것이 좋겠다’를 알리는 헛기침을 시작하자 그제야 정신 차린 재현이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며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


레아는 그의 손을 꽉 잡았고 몇 걸음 가지 않아 재현을 급하게 세우더니 두 팔로 목에 매달려 사뭇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쟤가 예뻐, 내가 예뻐?”

“하하하… 무슨 소리야? 당연히..”


재현이 한껏 자상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레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앙탈이 재미있어졌다. 그들의 뒤로 터지는 불꽃놀이와 맥주병을 흔들며 뿌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그는 레아가 애가 타도록 뜸을 들이더니 담담히 말했다.


“네가 예쁘지.”


레아의 입술이 재현의 입술과 부드럽게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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